(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현금흐름이 나쁘지도 않은데 굳이 유증을 해야 하나?"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증권가에서는 "굳이 왜?"라는 의문이 쏟아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유증의 필요성과 시기의 적절성을 겨냥했다.
◇"현금흐름 좋은데 왜?"…쏟아진 날카로운 질문들
KB증권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규모도 굉장히 크게 발표했는데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익도 많이 내고 있는데 증자로 인한 투자 기간이 이렇게 길다면 굳이 이렇게 큰 규모로 (유증을) 했어야 되느냐"며 아쉽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더 직설적이었다. "1년에 EBITDA가 2조에 육박하는데 3조6천억원은 차입했다가 2년이면 다 갚을 수 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것도 아니고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유증에서 15% 할인을 하기에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투자로 인한 이익 성장을 보여줘야한다"며 "그런 것이 없다 보니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은데 굳이 이 시점에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투자가 긴급한 상황인지 물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상태는 탄탄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1조4천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7천319억원으로 무려 191%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15.4%에 달했으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3조원 가까이(2조9천677억원) 보유 중이었다.
3년 연속 영업현금흐름이 1조원을 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은 상황에서 증권가가 '굳이 왜 지금 유증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배경이다.
◇투자처 질문에 '말 못해줘서 미안'
애널리스트들은 모호한 투자 계획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신한투자증권이 "투자가 확정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자 회사 측은 확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KB증권이 해외 방산 1조6천억원 투자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묻자 "시설투자가 될 수도 있지만 해외 파트너 지분 투자 형태일 수도 있고 조인트 벤처(JV) 설립을 할 수도 있다"면서 "아직 파트너들과 이야기 진행 중이라 말해줄 수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iM증권의 사우디아라비아 JV 추가 설명에 대한 요청에도 "업무협약(MOU) 맺은 것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했고 지상방산 무기 체계 관련"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노무라증권은 "라인메탈과의 (멀티플) 격차가 이번 유증으로 더 벌어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는 "라인메탈은 지상방산에만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한화는 해양 방산, 전장, 항공 우주 등 추가 사업 영역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 투자 안 하면 뒤처진다"…경영진의 '시점론'
잇따른 의구심 표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영진의 결단'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지금 투자 기회를 놓쳐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현재 지위 유지는커녕 뒤로 밀린다는 경영진의 '시점'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고 성장하려면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는 "향후 3~5년은 계속 현금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 조달하는 3조6천억원 외에 유입되는 현금을 추가 투자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시장이 급변할 뿐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는 게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시장 반응은 냉담…주가 시간외 하한가 직행
시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증' 발표에 냉담한 반응이다. 72만2천원에 정규장을 마감했던 주가는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하한가인 65만원까지 급락했다.
금융감독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전례 없는 대규모인데다 회사가 지난 1999년 이후 처음 실시하는 유증인 만큼 주주 피해 우려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 스페이스 IR자료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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