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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사외이사?…금융권 사외이사 '돌려막기' 여전

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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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내 계열사로 회전문 인사…검증된 인물 선호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경영진 결탁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한상민 기자 =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타 금융사 사외이사를 바로 영입하거나, 금융지주 내 계열사 사외이사들이 서로 이동하는 '돌려막기'가 횡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경영 전반에 익숙한, 이른바 검증된 인물 위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행이 이사회 독립성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외이사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인물이 그 인물"…직업이 사외이사

24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 및 주요 은행의 올해 이사회 구성을 분석한 결과 금융권 사외이사 경력을 갖춘 사외이사가 다수 중용됐다.

KB금융지주가 올해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한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이번에 중임 사외이사로 추천된 김성용 KB금융 사외이사도 과거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우리금융이 올해 새롭게 사외이사로 영입한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낸 인물로 2019년부터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이사회 의장까지 지낸 경험이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021년부터 이 교수와 함께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JB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 이상이 금융권 경력직이다.

이번에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은 아시아신탁 사외이사를 지냈다.

2019년부터 사외이사로 있는 유관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 농협중앙회 사외이사 경험이 있으며 이상복·김우진·이명상 사외이사도 JB금융으로 옮겨오기 전 각각 KB저축은행,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상상인저축은행의 사외이사 이력이 있다.

동일 금융지주 내에서 계열사만 이동해 사외이사를 돌려쓰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최재붕 신한금융 사외이사(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신한카드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됐다. 앞서 성재호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신한카드에서 4년 동안 사외이사를 지내고 신한금융으로 옮겨와 5년을 더 재직하면서 지주 내 최대 임기(9년)를 모두 채운 바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에 퇴임한 이정원 사외이사가 과거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맡다 이동한 경험이 있고, 이강원 사외이사 역시 하나저축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임기 만료 이사 5명 중 4명을 물갈이한 우리금융은 물러난 사외이사 2명을 우리은행 사외이사에 앉혔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지주와 별도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독립된 이사진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지주 그늘에서 벗어난 인물을 선임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은행으로 이동한 사외이사 윤수영·신요환 사외이사는 최장 6년 간 더 재직할 수 있다.

◇매력없는 금융권 사외이사…인력풀 한계

이처럼 금융권에서 도돌이표 사외이사 선임이 유독 활발한 데에는 인력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은행 지주의 사외이사는 겸직할 수 없다. 일반 기업에서 상장사 외 1개 회사까지 사외이사 겸직이 허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 보니 금융권 사외이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 크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잦고, 내부통제 문제가 제재 등과 연결돼 기업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다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경험이 있다면 일단 검증 과정을 거친 셈이니 회사 측면에선 선임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면 금융사끼리 서로 추천해서 풀을 유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일 금융지주 내에서의 회전문식 인사는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비판이다.

계열사 간 사외이사를 맞바꾸는 인사는 지배구조법상 구조이기는 하지만 경영진의 입김이 사외이사를 통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는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경우 사외이사가 특정 금융회사에 10년 가까이 장기 잔류하며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과의 결탁 등으로 자리를 보전하고자 한다는 '거수기'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사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선임 방식"이라며 "경영진과의 결탁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인사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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