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완성판'이라고 볼 수 있는 '상호관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무역적자를 되갚아주겠다는 의지와 함께 미국에 돈을 쓰라는 협상 카드의 성격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면 밑그림을 몰라 극도의 불확실성이 내재했다.
이를 앞둔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일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을 알린 트럼프 정부 1기 때로만 시계를 돌려도, 수출이 지금보다 대폭 줄어들 위기다.
◇ 트럼프 1기 시절 평균 대미 수출, 작년 대비 57%에 불과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1천278억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4%가 늘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72.4%가 확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연평균 18% 정도의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미국 경제 호조와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중국을 멀리하고 한국과 가까이한 무역 기조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트럼프 정부 1기 때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721억달러 수준이었다. 작년 대비 57%다. 무역수지로 보면 트럼프 1기 정부 때 총 598억달러 흑자이던 것이, 바이든 정부 들어와서 4년 누적 1천507억달러로 불었다.
과거의 영광은 내달 2일로 발표가 예정된 상호관세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 더 높다'라는 잘못된 사실까지 의회에서 발언하며 우리나라를 압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관련 오해를 풀긴 했지만, 결국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기에 예측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방국이 적국보다 훨씬 우리를 나쁘게 대우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통상 당국은 상호관세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 중이다. 산업 전반에 걸친 종합 패키지를 구상 중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상호관세 발표 무렵에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등 재계 관계자들과 만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 철강·車에 이어 설마 반도체까지…25%씩 부담 덧붙을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발언들을 보면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에 관세로 압박한 공통적인 숫자가 있다. '25'이다. 콜롬비아가 미국으로 들어온 불법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자 긴급관세 25%를 내걸었다.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마약 문제까지 들먹이면서 역시나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정 국가가 아닌 품목별 관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부터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이 25%였다. 자동차도 다음달 3일이면 25%의 관세가 매겨진다.
미국 내에서도 25%라는 관세율이 어떤 경제적 함수나 분석에 의해 나온 게 아니라는 비판이 따른다. 10%는 너무 적어 보이고 50%는 많으니 그 중간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상호관세로 우리나라에 대한 보편 관세가 정해지면, 일부 품목들은 25%에 덧붙여 부담이 늘어난다. 미국 유력 언론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무역 적자 규모가 큰 '더티 15' 국가들을 타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주요 수출 상품 중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게 반도체다. 정부와 업계는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관세 인상이 IT(정보기술)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향후 민관 협력을 통해 미국 정부, 의회 및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양국 산업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미국 내 한국 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협회를 중심으로 미 주요 기관(싱크탱크, 미협회 등)과의 교류 통한 상황 모니터링, 각종 조치 사전 효과 분석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유리한 시나리오는 핵심 수출품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율을 받는 것이다. 수출 활로 다양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등 중장기 과제를 수행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등이 담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우려하며 대미 아웃리치(대외협력)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조선업 및 자동차, 철강에서도 다른 산업과 연계한 범부처 대응에 협력할 예정이다.
차영주 아이에셋경제연구소장은 "무역 흑자가 많은 나라를 '더티 15'로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가 8위니까 여기에 해당하지만,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은 국가에 한국은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며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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