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재무 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국가 기간 철도운송사업자로서 공익을 위해 10년 넘게 운임 조정을 보류했던 대가다.
해외 사업 등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 했지만 최근에는 전기요금 인상까지 덮치면서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는 운임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철벽을 쳤지만 최소한 차량교체만이라도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에 10조 넘어선 사채…이자비용 3년새 1천억 늘어
2일 연합인포맥스 원화채권 발행만기 통계(4237 화면)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가 발행한 공사채의 잔액은 13조6천700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했던 2021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은 코레일의 채권 발행 잔액은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1조3천억원 넘게 순증했고, 2023년 말 13조원을 넘어섰다.
채권 잔액은 작년에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는 아직 발행이 없어서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발행이 재개되면 곧 1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단기 유동부채와 이연법인세부채 등을 합치면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21조원에 달한다.
부채 증가에 따라 코레일이 매년 지불하는 이자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코레일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2020년 2천980억원이던 이자 비용은 2021년 2천944억원, 2022년 3천212억원, 2023년 3천722억원으로 해마다 늘었고, 작년에는 4천130억원으로 급증했다.
[출처 : 코레일, 연합인포맥스]
◇ 기차 달릴수록 손실나는 재무구조…정부는 외면
코레일의 재무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해마다 영업이익에서 손실을 내고 있어 철도를 운영한 돈으로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2019년 마이너스(-) 1천83억원이었고, 2020년 -1조2천113억원, 2021년 -8천881억원, 2022년 -3천969억원, 2023년 -4천41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KTX-청룡 운행 등으로 수익이 1천230억원 증가했음에도 전기료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은 역시 -1천114억원을 나타냈다.
코레일은 그동안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열차운용 효율 극대화, 베트남 고속철도 사업 등 해외사업 추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전기요금 절감 등에 최선을 다했지만 운임 인상 없이는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1년 이후 운임을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소비자물가지수가 27% 올랐고, 고속버스 요금은 21%, 항공 요금은 23%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4천320원에서 9천860원으로 128.2% 상승했고, 코레일의 전기요금 납부금액도 182.5% 뛰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어 17%의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배경이다.
한 사장은 또 노후화된 KTX를 대체하는 차량을 도입하면 5조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를 코레일이 부담할 경우 현행 200%대인 부채비율이 400%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임 인상과 관련해 정부는 코레일과 전혀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한문희 사장은 간담회에서 정부와도 운임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지만, 코레일의 입장이 알려진 뒤 정부는 "현재 KTX 운임 인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철도 운임의 급격한 인상이 어렵다면 정부가 철도 차량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있다.
이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KTX-1 대체 차량의 구입가격의 45~52%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보조하거나, 철도공사가 구매한 차량의 선로 사용료를 35% 감면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KTX 대체 차량 도입 비용 조달로 인한 부채비율 급증은 철도 산업에 치명적"이라며 "장기적인 사회의 편익과 정부 정책의 이행 등을 위해 정부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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