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 중 하나였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감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완화가 경제에 나쁘지 않은 요인이긴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초강경 관세 전쟁에 돌입한 만큼 경기 방어를 위한 통화완화 필요성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상보다 적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 등도 통화정책의 경기 부양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윤 파면…우려 시나리오 피했지만 가시밭길
헌법재판소는 4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국내 정치 상황은 이제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앞두고 통화당국인 한은 내부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기각이나 각하 등의 결정이 날 경우 양 정치 세력의 극심한 대립으로 경제 상황도 한층 불안해질 가능성이 컸던 탓이다.
우려했던 시나리오는 비켜 갔지만, 최근의 경제 여건은 통화당국이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전일 미국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보편관세 및 상호관세는 수출에 기대는 우리 경제에도 짙은 암운을 드리우는 중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상상하지 못한 수준의 관세로 전망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전일 "미국의 상호관세 등으로 금융·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방향"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상황도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 당장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시했다. 한은이 내심 바랐던 20조 원, 적어도 15조 원 규모의 추경보다 적은 수준이다.
한은은 그동안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재정의 경기 지원 필요성을 꾸준하게 강조했었다.
한은은 20조 원 규모 추경이 2분기 집행에 돌입할 경우 0.2%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상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이 정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최근 영남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산불 등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더 늘어났다. 한은 내부에서도 경기 방어를 위해 필요한 추경의 규모는 이전보다 더 커진 환경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더구나 아직은 추경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이마저 지연된다면 통화정책의 경기 지원 역할론이 한층 더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리인하 시점 빨라질까…가계부채·물가 걸림돌
국내외 경기 여건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이란 주장도 강화되고 있다.
금통위는 지난 2월 2.75%까지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에는 속도조절 의사를 드러냈지만, 경기 상황이 다급해진 탓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미국의 고강도 관세 여파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면서, 한은이 4월에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생겼다고 주장했다.
대외여건도 금리 인하에는 다소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경기 침체 공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압도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세 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르게 내린다면, 한은의 운신 폭도 넓어진다.
변동성이 매우 크긴 하지만 달러-원 환율도 관세 발표 이후 하락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상대국의 통화 절하에 대해 비판적인 점도 달러-원의 하락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변수다.
헌재의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신인도 하락 우려가 경감될 수 있다는 점도 달러-원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원은 이날 장중 1,430원대까지 내렸다.
환율만 놓고 본다면 금통위의 금리 인하 제약 요인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은이 여전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향후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 등 반대 변수도 여전하다.
이 총재는 전일에도 "당연히 경기 부양을 해야 하지만 최근 2~3년 이뤄온 (가계부채 비율 감축)성과가 악화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총재 발언을 보면 아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방어 필요성에 대해 다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관세가 인플레 재 고조라는 역풍으로 작용할 위험이 상당하다는 점도 한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발표된 것과 같은 관세 수준이 유지될 경우 인플레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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