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일제히 논평도 실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견제와 균형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리더십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4일 "수개월간의 정치 혼란을 겪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 한국은 새 지도자를 선출할 길을 열었다"며 "이번 혼란은 한국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타임스는 "1987년에야 군사 통치의 족쇄를 벗어던진 젊은 민주주의 국가에는 국가 폭력의 그리 멀지 않은 시대를 상기시키는 참혹한 일이었다"며 "정치적 자유가 위태롭지 않다는 환상을 산산이 부수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인들은 결국 견제와 균형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차기 대통령선거 일정 등 새로운 리더십의 향방에 관심을 쏟았다.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분열된 정치 상황,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세 등의 험난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AP통신 "한국은 이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1980년대 후반 독재 정권에서 벗어난 이래 가장 긴장된 투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는 싸움에서 물러서는 법이 없는 사람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 주 동안 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모으고, 그의 충성파로 구성된 당을 장악하려 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AP통신은 "누구든, 한국의 다음 지도자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권력 장악과 탄핵으로 인한 혼란은 고위급 외교를 방해하고 경제를 손상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관세와 미국의 정책의 다른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능력을 약화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개월 동안 잇따른 탄핵, 법적 조치, 대규모 시위는 분열적이고 악의적인 정치가 일반적인 한국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일이었다"며 "하지만 새 대통령이 현재 선두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좌파 성향의 민주당 출신이라면, 한국의 외교 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국내외 깊은 분열과 미국과의 무역 긴장을 극복할 새 대통령을 선출할 길을 열었다"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확실한 선두 주자는 작년에 잔인한 테러를 당하고도 살아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인기 있지만 분열적인(divisive) 정치인"이라며 "집권 보수 세력은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여전히 극렬하게 분열돼 있으며 아직 대선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동시에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에 힘입어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정책을 거부하면서 이제 그 같은 투자는 부채로 간주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은 약 2년의 임기를 남기고 퇴장하지만 여야 대립이나 사회 혼란이 수습될지는 불투명하다"며 "그의 파면으로 지금까지 양호했던 한일관계에 대한 영향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선거전의 행방은 예단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여야와 여론의 대립이 깊어지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혼란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며 "진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가장 유력 후보이지만 보수인 국민의힘에서는 유력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돌아봤다.
매체는 "사회 분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도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초점이 될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더라도 (지지율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어 견고한 지지층 이외에 얼마나 지지를 넓힐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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