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매수 일색인 증권가에서 매도 리포트는 여전히 희귀하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행보다. 기업과의 미묘한 관계, 시장의 낙관적 기대, 때로는 거센 항의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압박적 환경 속에서도 지난 3월,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OOP(067160·구 아프리카TV)에 대해 과감히 '매도'를 외쳤다. 그의 단호한 소신은 단순한 투자의견 하향을 넘어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종이자 건강한 자본시장에 반드시 필요한 '쓴소리'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주목할 만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임 연구원이 '매도' 카드를 꺼내들었을 당시 SOOP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았다. 경쟁사의 시장 철수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낙관론이 지배적이었고 다른 증권사들은 일제히 '매수'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 연구원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숏폼 콘텐츠의 급부상, 네이버의 '치지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등장 등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분석했다. 더불어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기대감과 실제 펀더멘털 간의 현저한 괴리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는 단순한 비관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MUV(월간 순이용자) 감소 추세 등 객관적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했으며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 목표주가 8만 2천원은 이러한 분석과 냉정한 판단 끝에 도출된 결론이었다.
시장은 그의 경고에 반응했다. SOOP 주가는 리포트 발간 이후 그가 제시한 목표가 부근까지 급격히 하락하며 그의 분석이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짚어냈음을 입증했다. 소수의 매도 리포트가 단기적 시장 소음을 뚫고 핵심 위험 요인을 명료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임 연구원의 '매도' 의견이 더욱 값진 이유는 지난해 '에코프로(086520) 사태'의 뼈아픈 트라우마가 증권가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신 있는 매도 리포트 발간 후 물리적 위협과 금융당국의 서면 조사라는 거센 후폭풍을 겪으며 증권가 전반에 '매도 기피' 분위기를 형성했다.
당시에는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매도 리포트를 낸다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퍼졌다. 그러나 매도 리포트의 가치는 단기 주가 흐름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 연구원의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23년 4월) 이후 주가는 오히려 숏 스퀴즈 현상 등으로 26만원을 훌쩍 넘어서며 그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광풍이 지나간 1년여 뒤, 주가는 결국 5만원대로 급격히 추락하며 그의 경고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그리고 고점 추격 매수의 위험성을 알린 그의 분석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입증했다.
일각에서는 SOOP이 소위 '재벌 그룹'에 속하지 않았기에 매도 리포트 발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 그룹사와의 관계에서는 잠재적 IB 딜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분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임 연구원의 소신 있는 분석은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종종 듣고 싶은 말만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투자자들은 객관적 분석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자신의 기존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매수' 추천에만 열광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집단적 분위기는 때로 피상적이고 대중영합적 분석을 진정한 '인사이트'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인사이트란 시장의 일시적 환호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고 냉혹하더라도 객관적 사실과 엄격한 논리를 바탕으로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데 있다.
소신 있고 독립적인 목소리가 더욱 존중받는 건강하고 성숙한 자본시장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외국계 증권사처럼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매도' 리포트가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수용되는 선진적 투자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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