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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화에어로 국내사업본부장이 北 김정은이라니

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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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한국의 대표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총괄 사장 입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름이 나왔다. 심지어 김 위원장을 자사의 '국내사업본부장'이라고 칭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외사업담당 임원'이라고 했다. "저희끼리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라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두 사람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회사"라고 말했다. 말이 끝난 뒤 다시 한번 "농담"이라며 웃고 넘어갔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주요 연사로 나선 안병철 전략총괄(사장) 이야기다. 안 사장은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밑에서 회사의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발언하는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 현황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 수요가 높은 데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맥락상,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선 회사의 계획대로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적시에 국내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문제는 '적절성'이다.

이날 비전 설명회는 가볍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사업부문 대표이사인 손재일 사장이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며 안 사장이 대신 서게 된 자리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기존 전액 주주배정에서 일부(1조3천억원)를 제3자배정으로 돌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급히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7시 관련 이사회가 열렸고, 8시에 유상증자 공시를 정정했다.

취재진에게 설명회가 긴급 공지된 건 그 이후다. 급박한 일정 탓에 현장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줌을 통한 온라인 청취도 제공했다. 기자들뿐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해당 설명회 내용을 들었다. 안 사장이 여러 차례 "기자들이 많이 왔다"고 했을 정도로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달 방식에 변화를 준 건 이번 유상증자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그룹 승계를 연관 지어 보는 시장의 눈초리를 털어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자칫 회사가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걸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주주들이 오해를 풀고 적극적으로 유증에 참여해 성공적으로 자본 확충을 마치려는 의도도 물론 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굳이 불필요한 농담을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김승연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이 자신의 승계 문제와 엮이는 것 때문에 보유 중인 ㈜한화[000880]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는 의사결정까지 내렸다. 유증이 승계와 무관하다는 걸 손수 증명하기 위해서다.

이날 안 사장은 이번 유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주주들에게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이런(기업설명회) 기회를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앞으론 이런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밸류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진 못했지만 "전략 총괄로서 많이 고민할 것이고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굳이 전쟁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안 사장의 말은 부적절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선 가벼운 농담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나 회사를 대표해 나선 자리에선, 상대를 설득할 필요가 있는 자리에선 말할 것도 없다.

이날 설명회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무사히 끝나더라도 안 사장의 발언은 오래도록 '옥에티'로 머리에 남을 것 같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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