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지난해 4분기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등으로 환율 불안이 고조되면서 4대 시중은행의 파생상품자산 잔액이 4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대비 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을 피하려는 헤지 수요가 커진 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환산액이 증가한 탓이다.
글로벌 관세 충격 여파로 강달러와 높은 변동성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지주들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기업들의 환손실 압박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파생상품자산 잔액은 42조4천951억4천800만원으로, 9월 말(18조6천102억1천500만원) 대비 128.3%(23조8천849억원) 급증했다.
파생상품자산은 이자율, 통화, 주식, 신용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자산으로 구성된다.
이중 통화선도, 통화선물, 통화스와프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자산이 전체 파생상품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파생상품자산이 4조3천704억원에서 10조2천454억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도 3조3천90억원→7조4천억원, 하나은행은 5조7천121억원→14조7천721억원,우리은행은 5조2천185억원→10조774억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급증했다.
통상 통화관련 파생상품은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환율 불안이 높아지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파생상품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다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의 원화환산액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환율 단기 급등세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예고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더욱 거셌고,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연말을 앞두고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1,402원이었던 환율은 하루 만에 1,427원으로 급등했고 같은 달 26일에는 단숨에 1,487원을 기록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만장일치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어진 글로벌 관세 충격 여파가 원화 가치를 다시금 끌어내리면서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보수적인 RWA 관리 계획을 통해 보통주자본(CET1)비율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 우려가 깊어지면서 CET1비율 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러 값이 오르면 외화로 된 RWA의 원화환산액이 늘어나 CET1비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달러-원 환율 10원당 통상 1~3bp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외화자산·부채 규모가 클수록 변동 폭도 함께 커진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CET1 평균은 12.84%로 전년 동기(12.97%) 대비 0.13%포인트(p) 하락했다.
여기에 환헤지 여력이 비교적 적은 중견, 중소기업들로서는 리스크에 직접 노출될 우려도 큰 상황이다.
한 금융지주 리스크관리담당 임원은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파생상품의 평가 가치가 증가해 원화환산액이 커진 데다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헤지를 하고자 하는 수요도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늘어나 파생상품자산 자체의 볼륨이 커졌다"면서 "평시에는 환율 변동성이 예측된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크게 튄다고 하더라도 예측가능한 속도 범위내에서 변동이 있었지만 작년 말에는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평소 대비해 자산이 2~3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RWA관리가 엄청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 상호관세 유예 등으로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향후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지게 될 경우 시장에 제시한 CET1비율 목표치 맞추기 더욱 까다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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