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대통령'과 '리딩방'을 한 문장에서 다룰 일은 적다. 지난 2023년 국내에선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세운 소셜미디어 리딩방 광고가 논란이었다. 금융투자업계 또는 연예계 유명 인사를 넘어 대통령까지 사칭하는 대담한 사기 행각이 이목을 끌었다.
요새는 '트럼프 리딩방'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글로벌 증시가 위아래로 요동쳐서다. 사칭범 아닌 트럼프 본인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통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재료를 시장에 던진다.
취임 전에는 트럼프 밈 코인 출시를 알렸다. 트럼프는 지난 1월 17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것의 '승리'를 축하할 때"라면서 "매우 특별한 트럼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TRUMP'를 획득하라"고 했다. '유일한 공식 트럼프 밈'이라는 문구를 내건 해당 코인의 가격은 출시 당시 몇 센트에 불과했으나 며칠 만에 45.91달러까지 올랐고, 시가총액은 13조 원을 돌파했다.
이달엔 글로벌 증시가 트럼프 입에 따라 움직였다. 2일 한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가 부과되자 미국 주가지수 S&P500이 3일과 4일에 걸쳐 4.84%, 5.97% 폭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이틀 동안 시총 약 1경 원이 사라졌고, 그 여파로 코스피는 7일 5.57% 추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날이었다.
투자자 불만에 트럼프는 "끈기를 갖고 버텨라"라고 리딩했다. 그러더니 9일 낮, 관세 유예를 발표하기 3시간여 전 "지금은 정말 매수하기 좋은 시기!!! DJT"란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날 S&P500은 9.52% 급등했고, 나스닥 상장사 DJT(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는 21.67% 불기둥을 그렸다. 한국 코스피도 환호성을 질렀다. 10일 6.60% 치솟았고, 이번엔 8개월여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트럼프식 리딩은 섹터와 개별종목에도 적용된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지난 11일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4~6% 뛰었다.
'트럼프만 따라가면 된다'는 인식이 펴져 가는 가운데 미국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했다. 예측 불가능한 파격적 정책을 시장에 알리기 전 측근이 내부자 거래를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공화당 측근 의원이 90일 상호관세 유예가 발표되기 직전에 수억원대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의회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 의원은 관세 유예 발표 당일과 전날에 2만1천달러(약 3천만 원)~31만5천달러(약 4억4천700만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그린 의원은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의원으로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데 주력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미 야권과 언론은 그린 의원 외에도 롭 브레스나한(펜실베이니아) 하원 의원 등이 '트럼프 리딩'을 먼저 받으며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린 의원만 시장 변동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증권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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