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한상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도 4%대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음에도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금리는 떨어뜨리지 않는 식으로 가계대출 양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대출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 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리 정책과 관련해 국민에게 알릴 사안이 있으면 말해 달라'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요구에 "현재 기준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도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2.765%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영향,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은행권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는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업을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내려버리면 쏠림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평균 대출금리는 4.38%로 집계됐다. 기준금리는 2.99%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기준 3.008%로, 전년 동기(2.754%) 대비 0.24%p가량 늘었다. 반면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는 1.605%로 전년 동기(2.636%)에서 1.03%p나 줄었다.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실행되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잘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도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3월 코픽스는 2.84%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주기적으로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가계대출 금리는 은행채·코픽스 등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오히려 가산금리를 재인상한 은행도 있다.
iM뱅크는 전날부터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p) 일괄 인상했다.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상품 모두 대상이다. iM뱅크의 경우 우대금리를 모두 충족할 시 3% 초중반대 금리로 은행권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했는데, 다른 은행과의 '쏠림 현상' 등을 감안해 소폭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BNK경남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6개월 변동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인상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에 연동되는 시장금리 하락에 대출금리는 하락하지만,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릴 경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은행들은 대출금리보다 예·적금금리를 더 빠르게 떨어뜨리면서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3월 초부터 2%대로 떨어졌지만,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가 2월 2%대로 내려온 이후에도 두 달 가까이 4% 이상을 유지해왔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7월 0.43%p에서 올 3월엔 1.38%p로 3배 이상 커져 '이자장사'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5대 은행이 속한 금융지주를 포함해 국내 10개 금융지주의 작년 한 해 연결당기순이익은 23조 8천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나 증가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은행권 자체 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상황인데, 대출금리를 낮추면 낮춘대로 마진은 줄어드는 구조라 자산 관리 측면에서도 손익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어서 대출금리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순 있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조정 범위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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