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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지난주 금요일이었네요. 11일 3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주가가 4~6% 튀었습니다.
트럼프의 코멘트 덕분이었죠. "조선업을 재건하겠다"면서 미국 조선업을 리빌딩하는 동안 배를 잘 만드는 나라에서 최신 선박을 주문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발언은 해군력의 기반인 조선업을 키운 중국에 대응하고, 안보 차원에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한동안은 한국과 일본에서 군함을 구매하고요.
◇몰락한 美 조선업…한중일이 장악
원래 미국은 강력한 조선업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미국 조선업의 전성기는 세계 2차대전 때였는데요. 당시 5년 동안 '리버티(Liberty)'급 수송선을 무려 2천710척을 건조했습니다. 하루에 1척하고도 반을 지었습니다. 여기에 대형 전함 10여 척과 항공모함 151척, 잠수함 203척 등 전투함 1천323척을 찍었습니다. 연합군의 해군력을 책임지는 게 미국 조선업이었습니다.
이때의 미국 조선업을 보여주는 애니매이션이 있습니다. 시금치를 먹으면 강해지는 뽀빠이 아시죠. 직업이 선원인 추억의 캐릭터인데요. 1942년작인 '엉망인 선체'라는 짧은 클립에서 뽀빠이가 엄청난 근력으로 순식간에 선박을 건조합니다. 이 클립은 1940년대 미국 조선업의 생산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죠.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미국 조선업은 쇠퇴했습니다. 1970년대에 일본이 주도권을 잡았고요. 1980년대에는 한국이, 2000년대에는 중국이 진입했죠. 한중일 3국은 오늘날 세계 조선산업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압도하는 중국 조선업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우방이지만, 중국은 경쟁국이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원이 통과하는 해로 확보가 중요한데요. 해상 수송로를 지키는 해군이 강해야 합니다. 또한 해군 함정은 전투자원을 적국으로 투사할 수 있는 수단이죠.
현재 세계 최강 해군은 단연 미국입니다. 2위인 중국 해군력과 큰 격차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 해군에는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전 중에 배를 빠르게 건조하고 수리할 조선업이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세계 최대 규모 조선업이 중국 해군의 강점입니다.
세계 최대의 조선 국가인 중국은 현재 바다에 떠 있는 선박 3분의 1을 건조했습니다. 건조 중인 선박 중 60% 가량을 만들고 있고요. 중국 내 조선소 하나가 매년 미국 전체 조선소를 합친 것보다 많은 선박을 생산할 정도입니다.
조선업 발전은 중국 공산당의 전략입니다. 중국은 제10차 5개년 계획(2001년~2005년)에서 항만과 조선산업을 성장시킬 비전을 발표했는데요. 철강·알루미늄 같은 자재를 만드는 능력도 갖추는 등 밸류체인을 구축했습니다.
◇해전 장기화 땐 조선업이 핵심
이러한 중국의 조선업은 해군력을 뒷받침합니다. 해전은 물량이 중요한데요. 미 해군대학에 따르면 전함이 많은 함대가 승리할 확률은 89%입니다. 이는 역사적 통계로, 군함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유리합니다.
또한 군함을 빠르게 만들고 수리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겠죠. 전투함이 침몰하면 새로운 전투함을 빠르게 생산해 투입해야 하고, 고장난 전투함도 신속하게 고쳐서 써야 하니까요.
미국도 2차 대전 때 조선업을 바탕으로 일본을 이겼습니다. 미 태평양 함대는 10척의 전함을, 일본은 12척의 전함을 보유했었는데요.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 전함 10척 중 4척이 침몰했고, 4척이 손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조선소가 가동됐고, 새로운 전함을 지속해서 건조한 미국은 2차 대전 끝 무렵 전함을 25척으로 늘렸습니다. 일본은 겨우 2척 더 만들었고요.
◇미 싱크탱크 "중국에 밀릴 수도"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바다에서 붙는다면 상황이 반대겠죠.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해군이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해군을 추월할 태세이며, 미국이 조선업을 되살리지 못하면 중국에 밀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미 해군은 2016년에 군함 355척을 운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2023년에 381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295척만 운용 중입니다.
반면 미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이고, 그 숫자가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늘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제 조선업을 재건하겠다는 트럼프가 얼마나 급한지 보이시나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의 일자리 때문에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아닙니다. 중국에 해상 우위를 넘겨주는 게 안보상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1552~1618)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마침내 세계 그 자체를 지배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한국에 열린 미국 군함 시장
미국이 바다에서의 우위를 뺏기면 부도 잃고, 패권도 잃습니다. 미국이 가진 카드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동맹국입니다. 두 나라의 조선업은 중국 못지않게 막강하죠.
미국의 조선업을 완전히 재건하기 전까지 한동안 두 나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요. 조선업 재건이라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조선소뿐만 아니라 철강·선박 부품 등 밸류체인 전체를 구축해야 하는 일이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러한 사정을 미국 정치권도 알다보니 법을 개정하면서 한국 조선사와 손을 잡으려 합니다. 지난 2월 공화당 소속 의원이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는데요. 지금까지는 미국 해군의 함정을 미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법령을 개정해 적격한 외국 조선소에서도 함정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시장에선 미 해군 함정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열렸다는 반응이 나오는데요. 미국 해군은 퇴역하는 함정을 고려해 앞으로 30년간 360척을 새로 구매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358억달러(약 51조원)를 쓰게 됐는데, 이 시장이 한국에 열린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군수지원선과 보급선을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방안, 한국 조선소가 해군 함정 핵심 부품을 제작해 미국 조선소에 공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군사적 기밀성이 높은 주요 전투함은 한국 조선소가 인수하는 미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중요한 군사 무기를 모두 맡길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트럼프는 한국을 '미 해군의 공장'으로 점찍은 상황이고요. 미국 조선업이 완전히 재건될 앞으로 10~20년 동안은 부산·울산 등의 조선소가 쉬지 않고 가동될 듯합니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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