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황 평가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 신속히 취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이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려고 하자 8일 엄중히 경고했다.
롯데손보는 이날 예정됐던 900억원 규모의 제8회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미뤘지만, 수일 내 상환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재무 상황 악화 시 보험계약자 및 일반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손실 흡수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채권에 앞서 조기상환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본 버퍼로 활용해야 하는 후순위채는 자본의 대안적 성격인 만큼 조기상환에 대해 제약을 걸어두고 있는 것인데 당국으로서는 우려가 크다"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상환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150% 미만인 경우 조기상환을 위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토록 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작년 말 기준 킥스비율은 154.59%로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127.4%로 낮아진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킥스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에 현저히 미달하므로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위해서는 차환 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조기상환 법적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며 "킥스비율 150% 요건 등을 충족했으면 상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손보가 상환 요건을 충족하면 당국이 승인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 롯데손보의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2월 1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면서 72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면서 발행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롯데손보는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지만, 작년 3분기 수치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에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롯데손보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0% 급감했다.
또한,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해 투자위험을 기재토록 지도했지만, 롯데손보는 감독 당국에서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발행을 어렵게 했다고 주장했다.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위해서는 금감원의 승인이 필요한 데 롯데손보는 보험업감독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전례가 없어 당국에서도 당혹스럽다"며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자본 적정성은 법적 준수사항으로 이것을 위반하는 경우는 기존에 상상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손보에 대한 제재 여부를 떠나서 취약한 재무 건전성을 더 약화하는 조기상환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손보는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고,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상환은 회사 고유자금인 일반 계정 자금으로 이뤄져 계약자 자산엔 영향이 없고,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도 "고유계정의 일반자금은 맡은 고객 돈에 혹시 문제가 생기면 충당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자본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제약이 있는 건데 회삿돈이라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금융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일방적 조기상환 추진에 매우 유감을 표하며 재무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번 사안이 개별 회사의 건전성 이슈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에는 시장안정 조치로 즉각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연초에 롯데손보에 대해 검사했기 때문에 추가 검사 계획은 아직 없다"며 "회사 측이 이른 시일 내에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해서 재무 건전성 요건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손보가 무리하게 조기상환에 나서는 배경과 관련해 이 수석부원장은 "대주주가 사모펀드라서 단기적인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존 보험사와 다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며 "보험사 단기 실적주의를 바꾸는 노력을 해왔는데, 사모펀드는 여전히 이러한 분위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MBK 사례 등을 통해 사모펀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당국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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