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재계 오너 일가가 설립한 벤처캐피털(VC) 법인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VC들은 신규 투자 활동도 제한적이었으며, 일부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12일 재계와 VC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박용만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재원씨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캐피털 '두산 D20'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투자 활동을 완전히 멈췄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투자했던 2020~2021년과 대조되는 행보다. 당시 투자 대상은 로빈후드(Robinhood), 후프(Whoop), 세큘리(Securly) 등 매출을 창출 중인 후기 스타트업 위주였으며, 2022년 이후 신규 투자는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이후 D20는 지난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의 종속회사로 편입됐으며, 지난해 약 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박재원 대표는 이후 2022년, 금융상품 투자 및 경영자문을 목적으로 아버지 박용만 명예회장과 함께 '벨스트리트파트너스'를 설립하며 활동 무대를 옮겼다.
[출처: 벨스트리트 파트너스 소셜미디어]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초기에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출범했다가 같은 해 6월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현재 최대 주주는 박용만 명예회장(지분 50%)이며, 박서원·박재원 형제가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투자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회사는 2024년 약 18억 원의 영업수익과 1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신고했지만, 수익 대부분이 배당금(15억원)과 이자수익(약 2억원)에서 나왔다. 벤처투자에서 기대하는 '직접 투자·회수' 구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2024년 손익계산서에서는 지분법 손실이 26억 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투자한 자회사나 관계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대부분이 벨스트리트파트너스 미국 법인에서 발생했다. 실질적인 투자 활동이 미비하다는 방증이었다.
한국타이어그룹 창업주 장남인 조현식 전 부회장이 설립한 엠더블유앤컴퍼니(MW&Company)는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14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억2천만원과 4억3천만원을 성적표를 들고 왔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매출은 2억9천8백만원을 거뒀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약 1억2천만원 수준으로 줄였다.
엠더블유앤컴퍼니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만 6개 조합을 결성하고 5곳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엠더블유앤컴퍼니 홈페이지]
오너 일가의 벤처 투자 행보는 이름값에 비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적인 펀드 조성 없이 사적 자금에 의존하거나, 투자 후 후속 관리 없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단기 차익보다는 전략적 목적이 중요한 VC 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개인 법인이 가져다줄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며 "일회성 투자에 그치고, 피투자기업과의 시너지도 없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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