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역량을 제한하기 위해 광범위한 공습을 단행한 가운데 미국 국채 시장은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 미사일 보복에 나서며 사태가 악화하고 있지만, 미국 장기 국채는 매도세를 보이며 가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16일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현지시간 기준 지난 13일 오후 3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6.80bp 오른 4.425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9600%로 같은 기간 5.40bp 상승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CNBC를 통해 "세계가 미국의 주권(국채)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며 "지금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서의 흐름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자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스 채권 책임자는 금과 달러가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한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 국채가 더는 예전과 같은 '절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미국이 글로벌 역할에서 일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동시에 방대한 국채 공급량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미국 국채가 중동 사태에 약세를 보인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이전과 같이 빠르게 진정될지를 지켜보며 관망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TD증권의 게나디 골드버그 금리 책임자는 "이번 움직임은 확실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격이 전개되던 밤사이에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일정 부분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가 있었지만, 금요일에는 오히려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내 견해로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시장은 아마 이런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보다 크게 반영하는 것 같다"고 추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더욱더 줄어든다.
골드버그 책임자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역시 시장의 관망세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채 시장은 중동 사태가 확산하기 전까지 지난주 강세 흐름을 보였었다. 10년 국채 금리는 주초부터 4거래일간 15bp가량 하락했다.
이런 강세 흐름에 대한 조정 압력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뱅가드의 로저 할럼 금리 책임자는 "중동 분쟁 외에도 국채 시장은 관세 불확실성과 미 노동시장 둔화 조짐, 공화당의 대규모 감세 법안이 상원에서 지연되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국채 시장의 매수자 이탈 우려가 한때 있었지만, 지난주 30년물 국채 입찰이 훌륭하게 소화됐다"며 "현재로서는 그런 우려는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골드버그 책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더욱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분쟁으로 확산하면 미국 국채 수요는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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