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10년④] 누구를 위한 기금인가…거버넌스를 바꿔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한종화 기자 = 주택도시기금이 대출 확대를 통한 주택시장 왜곡, 기금 재무 건전성 악화, 불투명한 구조 등의 한계를 노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논의되는 것이 거버넌스 개편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주거 정책의 핵심 수단임에도 그 운용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폐쇄적이며, 국민의 실질적 참여와 감시가 차단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 불거진 주택도시기금의 '투명성'
18일 주택도시기금법과 주택도시기금 운용 및 관리 규정 등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운영 및 관리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담당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은 또 주택도시기금의 운용을 위해 기금운용심의회, 자산운용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성과평가위원회, 대체투자위원회 등 5개의 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
그런데 2021~2023년간 위원회를 운영한 내역을 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계획안, 변경계획안, 조달금리, 기금 수탁은행 선정, 대출채권 상각 승인 등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기금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위원회는 연간 3~6회 열려 다른 위원회보다 개최 횟수도 적었고, 회의 내용에 있어서도 정부 안을 그대로 의결하거나 보고만 받은 경우도 많았다.
[출처 : 국토교통부]
각 위원회의 활동을 정리한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국토부는 공동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이 노출되고,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비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운영 상황은 자산 규모가 주택도시기금보다 훨씬 큰 국민연금과 종종 비교된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사회 각계의 인사가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인 반면,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국토부 장관이 이를 전담한다.
또 국민연금의 경우 운용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1차관)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3개 전문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반면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주택정책관, 주택기금과장 등이 위원장인 2개 위원회와 민간위원이 위원장인 3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또 일부 위원회의 경우 회의 개최 횟수나 내용에서 활동이 미진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주택도시기금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핵심 공적 재원임에도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별도의 장치 없이 국토부의 결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연구관은 이어 "기금운용심의회 및 법정위원회의 구성 및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등 실제 기금 운영과 관련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주인(국민)과 대리인 간 정보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 주택 금융 기관 간 역할에 혼선…정리 필요
주택도시기금의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제기되는 또 다른 지적 사항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기금)과의 교통정리 문제다.
주신보는 시중은행들의 출연금으로 조성되며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관리를 받는다. 소관 기관은 금융위원회다.
주신보는 HF가 제공하는 정책 대출의 차주가 원금을 갚지 못해 부실이 생기면 이를 대신 변제하는 대위변제 기능을 담당한다.
주택도시기금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관리를 받으며 디딤돌 대출과 전세 대출인 버팀목 대출을 제공하는 것과 수요자 대출 지원의 역할이 유사하다.
중복된 업무를 정리해 두 기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주택도시기금은 공급자 금융에, 주신보는 수요자 금융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금의 조성 재원이나 관리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면 청약 저축과 국민주택채권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은 주택 공급을 지원하고, 시중은행 출연금으로 조성되는 주신보는 수요 조절을 맡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도 주택도시기금은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 계층에, 주신보는 중위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나온다.
[출처 : 저서 '225조원의 질문' 참고]
백두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부동산금융사업단 단장은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공기업에 대한 출자와 융자를 담당하고 민간사업자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제공하는 등 주택 공급자 지원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 단장은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과 HUG를 활용해 주택공급에 더 집중하고, 금융위원회는 주신보와 HF를 활용하면서 전체적인 거시경제 환경과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관점에서 수요자 금융 정책을 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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