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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기금 10년⑤] 쪼그라드는 여유자금…재무 건전성 '주의보'

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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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기금 10년⑤] 쪼그라드는 여유자금…재무 건전성 '주의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한종화 기자 =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빠르게 줄어들며 기금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에 이차보전 지출이 급증하고, 공급자 대출보다는 수요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기금의 유동성도 악화한 상황이다.

◇ 여유자금 빠르게 축소…유동성 지표 악화

18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2년 40조원을 웃돌았으나 2024년 3월 기준 7조9천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년 새 32조원가량 줄었다.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 상환, 청약저축 해지 등에 대비한 대기성 자금으로, 일정 수준 이하로 줄 경우 기금 운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국고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1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금 재원 중 3조2천억원이 일반회계에 활용됐다.

기금의 유동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현금유입 대비 유출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성갭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04%로 '주의' 단계다. 100% 이하로 하락하면 '경보' 단계에 진입해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

HUG는 지난해 재무 건전성 관리 용역을 통해 기금 구조 전반을 진단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HUG의 '기금 재무건전성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HUG는 올해 기금의 순조성액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을 포함하면 3조7천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보고서에서는 보통의 시나리오에서도 마이너스(-)8천억원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금의 여유자금은 현재는 7조원 수준으로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여유자금의 감소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유동성 강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수요자 편중 심화…이차보전도 급증

기금의 수요자 편중도 심화하고 있다.

문진석 의원실 입수한 HUG의 '주택도시기금 융자 세부 내역'에 따르면 2020년 18조8천억원이던 수요자 대출은 2024년 54조7천억원으로 190% 늘었다. 같은 기간 사업자 대출은 10조8천억원에서 14조3천억원으로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세자금과 주택구입 자금 등 정책대출 확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기금의 재무 건전성 문제는 이차보전 지출 급증과 맞물려 있다. 이차보전은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 대출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로, 회수가 불가능한 지출이다.

2020년 2천615억원이던 이차보전액은 2024년 1조3천889억원으로 4년 새 5배 넘게 늘었다. 특히 고금리와 정책대출 확대가 맞물린 2022~2023년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용역 보고서에서도 기금의 조성 재원은 정체됐지만 수요자 대출과 사업자 대출이 급증해 조성·운용 간 만기 불일치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 과업 시행자는 수요자 대출 증가 억제를 위해 저소득층 중심으로 기금 대출을 제한하고, 중소득층 이상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성 부문에서는 청약저축 촉진과 국민주택채권 만기 확대 등을 통해 듀레이션 갭도 줄이도록 했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 과장은 "지금은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돈 쓸 때는 많은데 들어오는 곳은 정체돼 있다. 청약저축의 금리를 올리고,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나가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옹달샘으로 보자면, 나가는 돈은 몇 년간 너무 커졌고, 들어오는 것은 그대로면 샘이 마르게 된다. 여유자금도 그러한 상황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공급확대에 방점·구조 재편할 때"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국토부와 HUG는 사업자 대출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회성 조달로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들은 ▲공급자 중심 계정 비중 강화, ▲이차보전 관리체계 정비, ▲유동성 리스크 관리 기준 강화 ▲ 거버넌스 개선 등 중장기 구조 개편 방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HUG의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 용역보고서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계정 비중을 강화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자산유동화 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백두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동산금융사업단 단장도 "정책의 무게중심을 공급 확대로 기조를 전환하고, 이차보전 등을 포함한 수요자 대출은 서민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특히 중위계층 이상의 수요자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의 지갑에서 나와 운영되는 자금이다"라며 "그럼에도 의사결정과정은 불투명하고 운영은 깜깜이다. 각 위원회의 활동을 정리한 회의록도 비공개이며, 관리 평가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운용 규모가 100조원에 달하는 주택정책 핵심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의 장단기 운영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사실상 거의 없다"라며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안내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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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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