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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살리기 동원된 주택기금, 국토부 '기금 파산 위기' 실토

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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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살리기 동원된 주택기금, 국토부 '기금 파산 위기' 실토

수요자대출 증가로 기금지원액도 커져

이차보전으로 대출 쉽게 나가…재무건전성 '빨간불'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주택공급과 주거복지에 사용되어야 하는 주택도시기금이 무리한 집값 떠받치기에 사용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청약통장 가입, 국민주택채권 발행 등으로 기금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수요자 대출에 나가는 돈은 대폭 증가하면서 정부의 사업성 기금 중 가장 큰 규모인 주택기금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 잔액은 2025년 3월 기준 7조9천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10조1천억원에서 더 악화했다.

7조원대의 잔액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1년 말 49조원에서 41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기금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3년간 수요자 대출이라는 구입·전세자금에 대한 지원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유자금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에는 50조원까지 갔었지만, 지금은 7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7조원이 많아 보이지만, 한 달에 나가는 수요자 대출이 5조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잘못하면 기금이 파산 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라며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국토부에서도) 구입·전세대출을 줄이는 조치를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수요자대출 증가로 '기금 부담'도 커져

수요자 대출은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 대출 등 구입 대출과 전세대출로 나가는 정책대출을 말한다. 기금을 통한 수요자 대출은 기금의 직접 지원과 은행 재원을 통해 나가는 자금으로 나뉜다.

매달 집행되는 5조원은 은행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일부는 기금 재원이 투입된다.

2023년과 2024년에 수요자 대출이 각각 47조원, 55조원가량이 공급되는 동안 기금은 각각 11조3천124억원, 8조7천550억원이 지원됐다.

2년간 연평균 10조337억원이 기금을 통해 지원됐다.

수요자 대출이 연평균 10조~15조원가량이 정상 수준이라면 2023년과 2024년에 시중에 풀린 연 50조가량의 수요자 대출로 기금의 부담도 커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책대출이 이같이 풀린 데는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해 지원되는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로 쏠림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 대출을 늘려도 금리차를 기금에서 보전받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정책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

기금이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와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이차보전도 은행을 통한 정책 대출이 늘어날수록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이차보전액은 2022년에 4천982억원에서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9천260억원, 1조3천889억원으로 증가했다.

◇ 나가는 돈 '더 많아'…유동성 지표 악화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결산보고(지표누리)' 자료에 따르면 전년이월자금을 뺀 주택도시기금 총 조성액은 2024년 65조6천846억원에 달했다. 또한 지급준비자금을 뺀 총 운용액은 74조7천198억원으로 조성보다 운용 규모가 9조원가량 더 컸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난해 "순 조성 규모는 60조원대였으나 지출액이 70조원을 넘어서면서 10조원씩 마이너스가 나 지난해 말 여유자금이 10조원대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납부금이다. 국민주택채권 조성액은 2022년부터 주택시장 부진으로 2년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8천억가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청약저축 조성액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 상환, 청약저축 해지 등에 대비한 대기성 자금으로, 일정 수준 이하로 줄 경우 기금 운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기금의 유동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HUG의 '기금 재무 건전성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유입 대비 유출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성갭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04%로 '주의' 단계다. 100% 이하로 하락하면 '경보' 단계에 진입해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

HUG는 청약저축 순조성액을 작년과 올해 각각 7조4천억원, 7조3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주택채권 순조성액은 각각 -5천억원, -3조6천억 적자가 예상됐다. 또한 내년에도 주택채권에서는 조성액보다 상환 규모가 2조7천억원가량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31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금 재원 중 3조2천억원이 일반회계에 활용됐다.

◇ 전문가들 "지출이 취지와 목적에 맞는지 점검해야"

국토부 당국자도 여유자금 7조원이 많아 보이지만, 사용처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수요자 대출이 증가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자 대출이 복지 지출이다 보니 한번 늘어난 것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라며 "기금이 화수분이 아니라 한쪽이 많이 쓰면 결국 꼭 들어가야 할 곳에는 못 쓰는 일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주택도시기금이 취지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는지 검토하고 가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신혼부부 특례, 청년 지원 등을 통해 기금을 무분별하게 쓴 측면이 있다"라며 "기금의 취지와 목적을 잘 따지고 지원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두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동산금융사업단 단장도 "기금이 저금리 정책대출을 급속도로 확대하면서 여유자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라며 "민간금융이 담당해야 할 부문은 민간에게 담당하게 하고, 정책금융은 정책금융의 기능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40조 원에 육박했던 주택도시기금이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7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도시기금 활용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기금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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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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