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지원 내역 살펴보니…만성적 공급 부족 방치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 윤석열 정부는 지난 3년간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주택도시기금 집행 내역에 나타난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주택공급을 지원하는 사업자대출은 수년째 게걸음을 걷고 있었던 반면 수요를 활성화하는 수요자 대출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사업자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수요자 대출은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졌고 무주택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배경이 됐다.
22일 연합인포맥스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주택도시기금의 융자금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기금의 구조가 급속히 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5년간을 보면 주택도시기금이 내준 수요자 대출(주택 구입·전세 자금)의 규모는 2020년 18조8천700억원에서 2024년 54조7천187억원으로 2.9배 늘었다. 이는 은행을 통해 나간 버팀목대출, 디딤돌대출 등의 대출 규모를 합산한 숫자다.
같은 기간 기금의 사업자 대출은 10조8천656억원에서 14조3천549억원으로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금이 디딤돌 대출이나 전세 버팀목 대출 등 수요자 위주 대출의 촉매제가 된 것이다.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받은 주택은 2020년 4만8천94가구에서 2024년 13만1천950가구로 증가했고, 전세자금을 지원받은 주택은 17만9천182가구에서 21만5천937가구로 늘었다.
[출처 : 문진석 의원실, 연합인포맥스]
주택도시기금이 수요 지원에 집중한 사이 주택 공급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아파트가 인허가에서 착공, 분양까지 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공급량을 알기 위해서는 2022년 착공 실적이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주택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34.4% 감소한 38만3천404가구였다.
2023년에도 24만2천188가구로 내리막이었고, 2024년은 30만5천331가구로 다소 늘었지만 연평균 수요 45만 가구에는 미치지 못했다.
착공 물량의 감소는 올해 분양 감소로 이어졌다.
정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도권의 분양 물량은 2만2천600호로 전년 대비 21.7% 감소했다.
서울은 1천501호로 전년 대비 70.2% 줄었고, 전국은 4만1천685호로 41.0% 감소했다.
현시점에서 주택도시기금이 수요자 대출보다 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광수 RE리서치·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때는 정책 대출을 통해 수요자의 대출을 늘리는 방법이 맞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시장이 불안할 때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런 조절 기능을 안 하면 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며 "집값이 하락했을 때는 (주택도시기금이) 대출을 증가시켜서 집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집값이 다시 오를 때는 대출을 줄이는 경기 조절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준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민간 임대 주택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공공에 더욱 큰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단기적으로 더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공공 또는 비영리 민간을 통해야 한다"며 "임대료가 시세의 50% 수준으로 낮고 임대 운영 기간이 20년 이상인 공적임대주택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데 주택도시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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