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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회계·IB업계 '리빙 레전드' 윤영각 파빌리온그룹 회장

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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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삼정KPMG 창업, 이후 파빌리온그룹 설립해 IB업계 거물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박경은 기자 = 1990년대 초 공인회계사는 소위 말하는 '사'자 직종 중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회계사 수가 많지 않아 희소성이 컸고, 유명 회계법인에 입사할 경우 대기업보다 초봉이 높을 정도였다.

한강의 기적을 써 내려가던 1990년대 초 기업의 성장과 함께 회계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회계사 붐을 일으킨 요인이었다.

이 같은 시대에 더 큰 기회를 포착한 인물이 있었다. 기회를 실행으로 옮겨 과감하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과, 경영학, 법학을 공부하고 현지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을 갖췄다. 1980년대 시드리앤오스틴 법률사무소, 아서 영 회계법인, 휴렛팩커드(HP) 등을 거치며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이를 거름 삼아 1991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가 6명의 회계사, 변호사들과 함께 설립한 법인의 이름은 삼정법률사무소. 삼정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1994년 삼정회계법인, 1995년 삼정컨설팅을 연이어 설립하며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 컨설팅 시장에는 큰 변화가 찾아온다. 외환 위기는 기업 구조조정 등의 컨설팅 서비스 수요로 이어지는 방아쇠가 됐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삼정은 IMF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훗날 삼정은 KPMG라는 새 이름을 달고 국내 회계업계의 대표 주자가 된다.

이 같은 삼정KPMG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가 바로 윤영각 회장이다. 국내 회계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IB업계의 거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12년 자신이 창업한 삼정KPMG에서 떠난 윤 회장은 2년 뒤인 2014년 글로벌 머천트 뱅크를 표방한 파빌리온그룹을 설립했다.

윤영각 파빌리온그룹 회장

◇파빌리온 일선 물러난 '구루', 청사진 스케치 '현재진행형'

파빌리온그룹 설립 11년 뒤인 2025년 7월, 윤 회장은 그룹 경영을 장남인 윤재호 대표에게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여전히 업계가 인정하는 '구루(GURU)'인 그는 경영일선에선 물러났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미래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의 IB업계가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상품들, 더 넓은 시야에서 본 글로벌 투자 안목을 십분 활용해 파빌리온인베스트먼트는 '니치 마켓'을 파고든다.

최근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윤 회장은 "지난해 미쓰비시와 함께 기후테크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클로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현재 7곳 이상의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파빌리온은 미쓰비시와 함께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공동운용사(Co-GP)다. 윤영각 회장이 회계법인을 이끌 때부터 이어져 온 미쓰비시와의 인연에 이번 펀드에 파빌리온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미쓰비시와 함께 운용 중인 펀드는 '마루노우치이노베이션파트너스'다. 최초 클로징 기준 펀드의 규모는 4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추가 펀드레이징을 통해 자금 규모를 7억4천400만달러(한화 약 1조1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 트랙레코드를 꾸준히 채워나간 덕분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투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자금을 투입한 곳들은 모두 에너지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모지(Amogy)다. 아모지는 MIT 출신의 한국인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우성훈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를 졸업해 MIT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창업에 도전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하는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 시스템을 구현하는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지난해에는 암모니아 동력 선박에서 운항 시연에 성공할 정도로, 이미 기술을 상용화 단계다.

아모지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글로벌 금융기관도 앞다퉈 자금을 투입했다. 사우디의 아람코벤처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이 아모지를 선택했다. 국내 투자사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SV인베스트먼트 주도로 국내 다수의 기업이 라운드에 참여했다.

윤 회장은 "주요 기후 테크 스타트업의 요직에는 한국인이 많이 포진해있다"며 "과거 삼정KPMG에서 미쓰비시와 인연을 쌓았는데, 꾸준히 네트워킹이 이어져 함께 펀드를 운용할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마루노우치 펀드는 탈탄소 철강 기술을 보유한 보스톤 메탈, 지열 기반 재생에너지 회사 페르보에너지 등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태양과 발전 성능 관리 회사 옴니디안에 투자했다.

◇국내 LP도 수익 구조 고도화해야…캐리 셰어링 방식 고민 필요

윤 회장은 미쓰비시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기업들 또한 LP로서 활발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회사들은 투자에 너무 인색하다"며 "단순히 시설이나 장비 투자가 아닌, 새로운 사업을 위한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LP와 같은 역할로 시작하더라도, 점차 생태계에 익숙해지면서 GP의 단계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연기금 또한 해외의 '캐리 셰어링' 트렌드를 참고해 GP와 LP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고, 보다 더 나은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GIC, 캘퍼스, 테마섹 등 해외 주요 기금은 GP와의 협상 과정에서 LP가 초과 수익의 일부를 수취할 수 있는 캐리 셰어링 조약을 요구한다.

GP의 입장에서는 초과 수익을 일부 나눠주면서 조 단위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P의 입장에서는 GP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면서도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LP가 직접 운용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의 캐리 셰어링도 보편화되어있다.

윤 회장은 "글로벌 기금은 펀드에 투자하면서 출자 자금 규모를 늘리는 대신 초과 수익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협상을 진행한다"며 "안정적으로 관리 보수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하는 국민연금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ybyang@yna.co.kr

kepark@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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