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채권시장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라는 측면과 함께 장·단기 금리의 파급 경로까지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주로 달러나 유로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되는데, 가치를 지탱하기 위한 담보로 미국 국채가 많이 활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라는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인 미국 국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폴로 글로벌 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지난 주말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는 미국 국채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일명 지니어스(GENESIS)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고, 이제 하원에서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토큰을 뒷받침하도록 요구하며, 이때 미국 국채가 가장 선호되는 자산으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 발행될 때마다 기업들은 1달러어치 국채를 사야 한다. 투자기관 번스타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공급량은 현재 약 2천250달러이고, 향후 2035년까지 4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수준의 유통량만으로도 스테이블코인은 채권시장에 적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5일간 35억 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이 유입되면 10일 이내에 3개월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2.5bp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같은 규모의 유출이 발생하면 수익률은 6~8bp 상승한다.
이것은 장기 국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커브)은 더욱더 가팔라진다고 BIS는 분석했다.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 국채(T-bills)에 대한 수요를 수조 달러 규모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단기물에 대한 상당한 새로운 수요로 커브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채권시장 파급성은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정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관은 이를 지난 2005년의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비교했는데, 이는 당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현상이다.
BIS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투자에 따른 단기 국채 시장 수요 증가가 금융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급격한 매도(fire sale)는 단기 금리의 급등을 야기해 국채 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BIS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충격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달되는 경로로서 스테이블코인이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의 시장 충격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통 금융 자산인 미국 국채로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테더와 서클인터넷이라는 두 발행기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90%"라며 "이들 기업의 운영상 또는 유동성의 문제가 발생할 때 그 파급 효과는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더는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전 세계 4억명의 사용자에게 분산되어 있다"며 "이러한 광범위한 분산은 미국 국채의 노출을 다양한 사용자층으로 실질적으로 분산시키고, 미국 국채의 회복력을 높인다"고 반박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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