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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성공하려면

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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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 관심사로 따지자면 가장 먼저 지명했어야 할 자리가 가장 늦게 채워졌다. 국가 의전 서열로 따지자면 앞서는 위치도 아니건만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 장관 이야기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3선의 김윤덕 의원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그림이 맞춰졌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그동안 하마평에서 언급된 바 없다. 그만큼 의외의 인사였다는 이야기다. 김 후보자의 주요 이력을 보더라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활동을 제외하고는 딱히 접점을 찾기 어렵다. 스스로도 전문성에 대해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4년 했는데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많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자신을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유에 대해 "탁상 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내기보다는 국민 눈높이에서 현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학계와 전문가,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여야의 의사를 잘 반영하고 다양한 의견과 가치를 모아 그를 기반으로 정책을 추진하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 첫 출근길 인터뷰

(과천=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5.7.15 hkmpooh@yna.co.kr

사실 정부 부처의 장관이 그 업무에 통달한 전문가여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건설교통부 시절까지 포함해 전문가였던 장관이 없어 우리나라 집값이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의 전문가일 필요가 없듯 국토부 장관도 국토 교통 업무에 통달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수년간 국토부를 출입해 본 경험에 비춰볼 때 김윤덕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직구성에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토부 조직구성을 보면, 왜 국토부가 토건족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1차관 산하 조직을 보면 기획조정실을 제외하면 국토도시실, 주택토지실, 건설정책국 등 2실 1국이 있는데, 대부분 공급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 주거복지부서가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 주로 수행했던 업무가 기업형임대주택 도입에 관한 것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요자는 다수지만 공급자는 소수다. 그렇다 보니 정책을 할 때도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것보다 소수 기업,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예를 들면 건설협회나 주택건설협회 같은 곳을 대하는 게 편하다. 심지어 산업정책이란 명목으로 건설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건설정책국 같은 국단위 부서도 있다. 그런데 주거소비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곳은 실·국은커녕 과도 볼 수 없다. 신임 장관이 건설사 사장들과는 자주 만나는데 층간소음 피해자나 전세 사기 피해자와 만나는 일이 드문 것도 조직도를 살펴보면 한눈에 이해가 간다.

국토교통부 조직도 일부

[출처;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그러니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이 아무리 많아도 이들의 목소리가 국토부의 정책수립 과정에서 포착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유일하게 주택수요자의 목소리를 듣는 곳으로 하자분쟁조정위원회가 있는데, 고질적인 인력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 외에 주거복지정책관 밑에 청년주거정책과 등이 있지만 복지정책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점이 아쉽다.

그동안 숱한 전문가들이 장관으로 혹은 차관으로 부임했음에도 주택시장을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는 것은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지 모른다. 김윤덕 후보자가 청문회 통과 이후 장관으로 부임하게 된다면 현재의 내부 조직이 정책수요자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살펴보기를 권한다. 부처 구성이 공급자 의견 일변도로 잡혀버린 상태에서는 장관이나 차관이 새로 부임한들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

국토부 내부에 '내 집 마련과', '무주택자과', '주택거래감시과', '토지투기방지과', '층간소음방지과' 등이 생기면 어떨까.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출퇴근과', '교통정체 해소과', '교통오지 해소과' 등이 생기면 장거리 출근에 따른 불편과 차량정체에 피해를 보는 국민, 교통오지에 거주하는 국민의 이해관계가 좀 더 정밀하게 정책에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조직구성을 바꾼다고 한들 장·차관의 정책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면 겉치레에 그칠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장·차관의 의지가 아무리 굳다 하더라도 조직 구성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세월에 녹아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나아가서 공격적인 정책 수립을 김윤덕 후보자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 스스로가 전문가가 아니라고 한 만큼 세세한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정책이 균형 있게 나올 수 있는 토대를 구성하는 부분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어 조심스럽게 조언해본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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