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중립' 경종 이유는…"HBM 가격 결정력·점유율 하락"
미래·골드만 "SK하이닉스 투자의견 중립"…돌파구는 엔비디아 中 수출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의 H20 중국 수출은 호재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이번 달 들어 국내외 증권사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증권사도 단기 조정과 판매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올해 70% 이상 치솟았던 SK하이닉스에 투자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분위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2026년에는 HBM 과속방지턱(HBM speed bump in 2026)'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내년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독주 체제였던 HBM시장에서 후발주자가 빠르게 따라붙고 있고, SK하이닉스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가 가격결정력을 점점 가져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HBM은 인공지능(AI) 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따돌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 신주식종합(화면번호 3536)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70%가량 올랐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나온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9% 가까이 추락했다.
이달 국내 증권사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낙관론을 거둬들인 바 있다. 지난 14일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며, 현 수준의 주가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SK하이닉스 점유율이 낮아진다고 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쟁사의 진입이 본격화되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연간 59%까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증권사도 단기적인 주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HBM 시장구도 변화 가능성과 DDR5 공급 증가에 따른 범용 디램 가격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주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독점 구도가 이어졌던 HBM3E(5세대) 시장 개화 때와는 달리 HBM4 개화가 예상되는 내년은 SK하이닉스의 독점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1위 구도는 유지해도 점유율을 잃는다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대신증권이 골드만삭스처럼 내년 HBM 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의 투자 매력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올리려면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날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로부터 H20 GPU의 중국 수출 라이센스를 획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엔비디아 H20으로 빅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 딥시크가 출현한 데 대응해 지난 4월부터 H20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낸 게 SK하이닉스에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2026년 회계연도 중국 및 홍콩 매출 컨센서스는 247억 달러 수준"이라며 "수출 정상화로 컨센서스가 350억 달러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20은 2025년 초부터 HBM3E 8단을 탑재했고, SK하이닉스가 해당 물량을 배정받았다"며 "4월 수출 규제가 결정돼 낮아졌던 H20 매출 기대감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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