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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월 흔들기'…달러-원 추가 상승 막을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흔들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금융기법)'에 따른 달러화 영향이 주목된다.
18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월 30일 1,347.10원에 연저점을 기록한 뒤 7월 17일 1,390원 초반대로 레벨을 높였다.
달러인덱스는 7월 1일 96.367에 하단을 확인한 뒤 탈달러 흐름이 과도했다는 인식 속에서 지난 14일부터 4일간 98대를 유지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파월이 사기(fraud)만 범하지 않는다면 그를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주요 언론이 같은 날 오전 "트럼프가 조만간 파월을 해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진위를 확인한 차원이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경우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면서 "자진해서 사임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의 해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실제 해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최근 달러-원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훼손 문제가 지속될 경우 달러화 약세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부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부채 부담을 축소하기 위해 금융억압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금센터가 정의한 금융억압은 특정 정부가 인위적 방식으로 직간접적으로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쳐 정부의 부채부담 감소 등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책을 의미한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 뒤 ▲정책금리 인하 요구 ▲최근 철회된 OBBBA 899항(국채 이자에 대한 원천징수·증세 등 과세 제도 변경) ▲연준의 지급준비금 이자지급 중단 제안 ▲동맹국 국채→영구채 교환 등이 정부의 금융억압에 해당한다고 국금센터는 관측했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통화정책이라도,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되고 본연의 목적(물가, 고용, 금융안정 등)에서 벗어날 경우 일종의 금융억압으로 분류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강봉주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정책금리 인하 압박은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억압 시도에 해당한다"며 "국채 수요가 유지된다면 금융억압 정책이 정부 부채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 부전문위원은 "금융억압 정책의 수위가 낮은 편이라면 대체재가 없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이어져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융억압 수위가 높을 경우 시장변동성이 확대돼 시장금리 급등,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 해임안 논란에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달러-원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예외주의 약화와 경제지표 둔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맞물리며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이에 달러-원 환율도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방은 경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안 관련 사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언제든지 재현될 성격임이 분명하다"며 "차기 연준 의장이 데이터를 무시하고 저금리 정책을 주도하면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에 순풍이 불겠지만, 장기적인 후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멀리 보지 않는다. 임기 중 성과만 중요하다"면서 "현재 연준 의장 이슈는 달러 약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언론을 통해 흘렸으나, 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파월이 사기만 범하지 않는다면 해임 가능성이 낮다고 말을 바로 바꿨다"면서 "이에 시장이 안정화되고 주가는 다시 사상 최고치로 올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간을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금융압박이 세게 진행될 경우 투자자들이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미 국채를 매도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며 "현재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진입을 앞둔 상황이지만, 이렇게 파월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달러-원이 레벨을 더 높이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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