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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글로브] 꼬투리 잡은 트럼프

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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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글로브] 꼬투리 잡은 트럼프







(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사 결정이 매번 늦는 사람(Mr. Too Late)', '멍청하고 끔찍하다'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데다 발언 빈도도 점점 높이고 있다.

거의 하루 루틴처럼 "파월은 물러나야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월의 해임이 머지않았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파월이 꿈쩍하지 않자 이번에는 연준 건물 보수 비용이 과다하다는 문제를 꼬투리 잡고 있다.

현재 연준은 본관인 에클스(Eccles) 빌딩과 그 주변 건물, 2개 건물에 대한 보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클스 빌딩은 지어진 지 약 90년 된 석조 건물이다.

제7대 메리너 에클스(Marriner Eccles) 의장의 이름을 따 지난 1982년부터 에클스 빌딩으로 불렸는데, 에클스 의장이 연준 시스템과 독립성을 확립한 인물이라는 점이 참으로 공교롭다.

트럼프는 25억달러(약 3조4천800억원)를 들여 연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파월에게 '궁전이 필요하냐'고 질타했다. 그는 이와 같은 공사가 전례 없는 사안이라며 파월을 해임할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 공영TV PBS뉴스는 해당 프로젝트가 트럼프 1기 때 시작해 수년에 걸쳐 진행돼 왔는데 새삼 인제 와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월은 에클스 빌딩의 보수가 시급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기, 배관, HVAC(난방·환기·냉방) 시스템이 낡아 건물이 안전하지 않고 심지어 물도 샌다며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주장처럼 세금으로 분수와 옥상정원, 대리석 장식, VIP용 다이닝룸과 엘리베이터 등 호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호화 시설은 당초 계획 단계에서 배제됐었다고 말했다.

또 보수 비용이 당초 예산보다 6억달러 많아진 것은 2021~2022년 물가 상승기에 자재비와 인건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연준은 여러 장소에 흩어진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으면 일부 공간을 임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건물 공사를 계속 문제 삼을 모양새다. 그는 16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 취재진에게 "파월을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가 (연준 건물 보수를 둘러싼) 사기(fraud)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건물 보수문제를 파월을 끌어내리기 위한 구실로 계속 삼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연방준비법에 따르면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는 정당한 사유(for cause)에 의해서만 해임될 수 있다. 트럼프와 측근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파월이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정당한 사유야 찾기 나름이라고 보는 것일까. 트럼프가 매일 같이 파월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은 해임에 대한 시장 반응을 간 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물 보수든 혹은 다른 이유에서든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주식, 채권, 달러 등 미국 자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매도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특히 AI 테마나 대체재 부재 이슈가 있는 미국 주식, 채권과 달리 달러는 연준 독립성 훼손과 미국 신뢰도 저하의 충격을 장기적으로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10년이 넘는 연준 역사상 의장이 임기 중 해임된 일은 없다. 취임 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움직여온 트럼프가 연준 의장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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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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