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감독원이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하려는 정부의 조직개편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물론 내부 기수별 회장단까지 성명서를 준비하며 조직 수호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 청사 앞에서 금소처 분리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정유석 노조위원장이 직접 나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금소원 신설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 기수별 회장단도 움직이고 있다. 기수별로 성명서 제출을 준비중으로, 이미 다수 기수 총회장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내부의 조직 방어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은 국정기획위가 금소처를 금감원 밖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위는 감독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금감원이 그동안 감독·검사 기능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했다는 판단 아래 금소처를 독립적인 소비자 보호 전담기구로 떼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때 감독권한까지 부여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중복 규제에 대한 우려로 현재는 별도의 감독권 없이 민원과 분쟁 처리 등 보호 기능만 수행하는 기구 설립으로 방향이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기능의 실질적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검사, 상품 심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인력이 민원과 분쟁 처리까지 유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현 구조에서 금소처를 떼어내면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감독 자원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선 건전성 정보와의 연계 없이 소비자 보호 기능만 분리할 경우, 실무자들의 시장 이해도가 떨어지고 복잡한 금융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동양 CP 사태 등 과거의 대형 소비자 피해 사례들은 소비자 보호 기능이 금감원 내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정책과 감독의 역할이 혼재돼 있었던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소처가 분리될 경우, 감독기구가 이원화되면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당국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고 이로 인해 감독 비용과 혼선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서도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내부 논리를 바탕으로 조직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노조는 11일 2차 성명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는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이며,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금소처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독과 검사, 분쟁조정 등 기능이 단절되지 않도록 현 체계 내에서 기능적 독립성과 견제 장치를 확립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기능은 단순한 민원처리나 정보 제공 차원이 아니라 건전성 감독과 현장 검사, 제재와 긴밀하게 연결된 통합적 시스템"이라며 "조직을 분리하는 방식보다는 현행 체계를 보완하는 방향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촬영 이율]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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