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피하려다 '주주 권리'도 증발…실효성 논란 속 거버넌스 후퇴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에 따른 세수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제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세수 추계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엇갈리는 세수 전망…핵심은 '거버넌스 후퇴' 우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감액배당 시 최대주주 배당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의 일환인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양도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른바 '래퍼 곡선'에 따른 논리로, 50%에 육박하는 과도한 세 부담을 20~30% 수준으로 낮춰주면 기업들이 배당을 대폭 늘릴 유인이 생기고 커진 배당 총액 덕분에 정부의 세수도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주주 양도세는 과세 기준일인 연말 이전에 매도하고 이듬해 연초에 재매수하면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다.
과세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시장 변동성만 키우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주주 양도세 강화가 기업 거버넌스에 미칠 부작용이다.
과세 기준일인 연말에 '10억 원' 기준을 피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는 주주명부 폐쇄일 이전에 이루어진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큰손'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펀드매니저는 "개인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라며 "이는 연말 시장 변동성을 키울 뿐 아니라 지배주주 견제 기능을 약화시켜 결국 거버넌스 개선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10억 원'을 '대주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법인세·거래세에 '원상 복구'…감세 정책 손질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 방향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일부 되돌리는 데 맞춰져 있다.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이전 수준인 25%로 1%포인트 환원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감세 효과가 투자 증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세수 감소 폭이 컸다"는 취지로 법인세율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전제로 인하됐던 증권거래세율 역시 일부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만큼 거래세율을 정상화하는 것이 조세 형평에 맞다는 논리다.
금투세가 폐지된 만큼 증권거래세율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증권가에서도 일부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감액 배당에 대한 과세 방안도 거론된다. 감액 배당은 기업의 이익잉여금이 아닌, 주주가 낸 돈(자본잉여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개념이라 투자금 회수로 간주돼 현재 비과세다.
정부는 이 감액 배당에 '최대주주'에게만 과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소액주주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 입장에서 주주환원의 유용한 수단인 감액 배당을 쓸 유인이 사라지면 결국 배당총액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당 확대를 통한 '증시 부양'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중장기 투자자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정책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 확보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증시 부양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이달 말 발표될 최종 세법개정안의 내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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