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잘해보겠습니다. 이 한마디만 기억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아 보였다. 대답을 오래 고민하지 않은 대신, 새롭거나 의미 있는 내용도 담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을 맡은 김정관 신임 장관의 첫인상은 신중했다.
김 장관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짧은 질의응답을 했다. 장관 취임 후 처음 가진,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다. 글자 그대로 취임식 직후 이뤄졌다.
[출처:산업부]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속 시원히 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의를 위한 방미 일정에 대해 '조율 중'이라 했고,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같이 산업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처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부가 무엇이었냐는 물음은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피했다.
대답의 빈자리는 "조금만 지켜봐 달라" "이해를 부탁한다"는 말로 채웠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양해도 구했다.
갓 취임해 정신 없이 업무 파악을 하는 중인 새내기 장관의 고충이 느껴졌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국가 이익을 위해, 부처 개편 등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추진 중인 사안인 만큼 장관이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인 것도 이해가 됐다. 섣부른 발언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자칫 혼란을 키울 수 있다.
갑작스러운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한계로도 풀이됐다. 한동안 공백 상태였던 정부 기능 복원과 정부 조직 개편 등이 동시에 진행되며 아직 곳곳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장관이 하나 둘 임명되고 있지만 부처별 업무 구획 등이 명확히 나눠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산업부는 나라 안팎으로 살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산적해 있다.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밖에서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고, 안에선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 개편부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지원, 에너지 안보 확보와 탄소중립 등까지 챙겨야 한다.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모두 시급한 사안이다. 산업부가 산업과 에너지, 통상 등 3개 분야를 관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관 몸이 3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김 장관은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취임식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임기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로, 앞으로 함께 일할 산업부 직원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산업부 장관으로서 참석한 첫 일정은 아니었다. 이미 지난 주말 스타트를 끊었다.
19일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에 방문해 전력 설비를 점검하고 여름철 전력 수급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자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주 많은 비가 내려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국적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예상돼 전력 수요 급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21일 오전에는 주요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학계 관계자들과 '대미 통상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 시점에 앞서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을 공유하고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긴급히 소집했다. 여기서 모인 업계 목소리를 참고해 대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김 장관은 "앞으로 (산업부) 조직이, 통상은, 산업 정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게 정말 많을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차분하게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임명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말을 앞세우기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임기 초의 다짐을 임기 말까지 지키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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