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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 이성원 대표 "태광산업 자사주 처분, 지배주주만 이익"

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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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직전 자사주 처분한 의도 어떻게 믿나"

'투자금 필요' 주장한 태광산업, 순현금만 2조원

OK캐피탈 연대 두고 "전략적 투자자 찾은 것…윈윈"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대규모로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것이 지배주주에만 이익이 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태광산업 지분 일부를 OK캐피탈에 양도한 것에 대해서는 펀드 만기에 구애받지 않고 더 강력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23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태광산업의 EB 발행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

[출처: 트러스톤자산운용]

◇ 순현금 2조원인데…"왜 비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나"

트러스톤은 2021년부터 태광산업의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관여해오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24.41%)을 기초자산으로 3천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이사의 위법한 행위를 멈춰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내년까지 필요한 1조5천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태광산업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12월에도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를 한 뒤 설명도, 실제로 투자한 것도 없었다"며 당시에도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 애경산업 등에 투자한다고 해도 아직 숏리스트에 들어간 것뿐이라면서 회사가 가진 다른 자산이 많은데 굳이 비용이 가장 비싼 자기자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3월 말 연결 기준 약 1조9천억원의 순현금(현금성자산-차입금)을 가지고 있다. 부채비율도 18%로 낮아 부채 조달 여력이 많다. 여기에 더해 LG유플러스 주식 약 1천500억원, 공정가치 1조원 상당의 성수동 소재 투자부동산 등 자금 조달에 동원할 수 있는 다른 자산도 수두룩하다.

자사주 처분을 통한 자금 조달은 신주 발행과 실질이 같다.

또 이 대표는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0.3배인 상태에서 자사주를 처분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려고 하니까, 그것도 상법 개정 직전에 자사주를 처분한 의도를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이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흥국생명의 사옥 유동화 사업에 참여하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태광산업은 지난 18일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예상 투자 규모를 7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시급하게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해서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자사주를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회사가 갑자기 리츠 투자를 왜 하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사인 흥국생명의 최대주주는 약 82% 지분을 보유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 친인척이다. 이호진 전 회장의 지분율만 따져도 56%에 달해 흥국생명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이 전 회장의 자금 부담이 가장 크다.

이 대표는 "흥국생명의 킥스(K-ICS) 비율이 떨어져 증자 명령을 받으면 최대주주가 돈을 내야 한다"며 "(태광산업 자사주 처분의) 본질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공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처분 기각돼도 교환사채 강행 어려울 것"

이 대표는 트러스톤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태광산업 지분 일부를 OK금융그룹 계열사인 OK캐피탈에 블록딜로 넘긴 것에 대해 '윈윈'이라고 평가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18일 태광산업 주식 2만5천970주(2.33%)를 같은 날 종가인 주당 115만5천원에 OK캐피탈에 양도했다. 태광산업에 대한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의 지분율은 각각 2.96%, 2.73%다. 두 회사는 트러스톤 주도로 의결권과 주주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만기가 있는 펀드가 만기가 전혀 없는 지배주주와 싸우는 것은 굉장히 불리한 싸움"이라며 "극복 방안을 찾다가 이른바 전략적 투자자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OK캐피탈 입장에서는 태광산업이 저평가돼 있으니 주식을 사고 싶은데 시장에서 사면 가격이 오른다"며 "블록딜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분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행사는 최대 3%로 제한된다.

이 대표는 트러스톤이 먼저 OK캐피탈 측에 접촉해 거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이 OK캐피탈에 태광산업 지분을 매각한 단가(115만5천원)가 태광산업의 자사주 처분 단가(117만2천251원)보다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두 경우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시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환사채를 발행해 원래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파는 것과 펀드 만기가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구하는 것은 비교가 안 된다"며 "주주가치 제고 의무가 있는 이사회가 헐값에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주주들 간의 거래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이사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승소를 자신한다고 했다.

만약 가처분이 기각되면 본안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며, 교환사채 발행에 찬성한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가처분이 기각되더라도 인수자 등 조건이 바뀌면 교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새로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때 이사들은 주주 충실의무가 도입된 개정 상법을 적용받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할 때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러스톤이 제기한 가처분의 결과는 다음 달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태광산업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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