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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대출 억제만으로 부족한 이유

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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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 6·27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처음으로 40억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난 20일 서울 남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곳곳이 아파트로 빼곡하다. 2025.7.20 kjhpress@yna.co.kr

◇ 절반의 성공…주담대 규제로 수요 감소

초강력 대책이 발표된 뒤 부동산 및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당장 아파트 최고가 거래량이 6·27 대책 이후 크게 줄어든 가운데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값 가격 동향을 보면 7월 둘째 주(7월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률에 그치며, 지난 6월 넷째 주 상승률 0.43%와 비교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에 집을 마련하지 못하면 평생 내 집을 갖기 어렵다는 공포감으로 '패닉 바잉'에 내몰렸던 수요자들이 한숨을 돌리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도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부동산으로 유입됐던 시중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주식시장이 부동산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투자처가 될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주택가격상승 기대도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6월보다 11포인트(p) 급락한 109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06 이후 가장 낮다. 지수의 한 달 낙폭은 2022년 7월에 16p 떨어진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대책의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 수요 억제하면 공급도 줄어들기 마련

당장은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내는 셈이다. 초강력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가수요를 줄이려는 노림수가 먹히면서, 수요 관리에 의해 가격 상승이 억제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대책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따라 시장에서 집값을 비롯한 각종 상품가격이 결정되고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다시 조정된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더 많이 사려고 하면 기업들도 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들도 공급을 줄이기 마련이다. 정부 대책으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고 가격이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민간 영역에서 주택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대출 억제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떤 건설사가 열심히 주택을 만들겠는가. 최소한 민간 영역에서는 주택 공급물량도 줄어들 게 뻔하다.

◇ 수요관리와 함께 제대로 된 공급대책 나와야

문제는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공급물량이 함께 줄어들 경우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주택 공급이 뒷받침하지 않은 채 수요만 억제하는 것으로는 지속적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오히려 수요 억제 효과가 둔화하고 공급물량 부족이 부각되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거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더군다나 주택은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단기간에 공급하기도 어렵다.

이번 6·27 대책이 소득 수준을 벗어난 주택담보대출은 없다는 의미를 던졌다면, 주택 물량 부족이 이슈화되고 다시 가격이 꿈틀거리기 전에 제대로 된 공급 측면에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수급 불균형 논리로 다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가 여러 차례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것도 공급이 따라주지 못한 탓이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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