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격노도 소용없었다…포스코이앤씨 '또' 산재

국토부 "안전점검 진행 중…포스코이앤씨 109개 현장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현장의 사망사고를 '미필적 살인'이라고 질타한 지 엿새 만에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현장에 또다시 산업 재해가 발생해 대통령의 격노도 무색하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4분께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고 현장은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으로 사고 근로자는 지하 양수기 펌프가 고장나자 이를 점검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현재 감전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본 공사는 아니며, 최근 수도권에 폭우가 많이 내려 침수된 구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해당 구간에 물을 빼는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현재 현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하루 뒤 전체 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은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이날부터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열린 공개 국무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포스코이앤씨의 산재 사고와 관련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건 고의에 가깝고, 이럴 경우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계부처에 대책을 지시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같은 날 오후 인천 송도 본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재조사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시 다른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 관리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이후 올해에만 총 4건의 사망사고를 냈다. 신안산선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유사한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포스코이앤씨는 109개 현장이 있는데, 예전에도 추락사고가 있어 해당 현장에 자체 점검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라며 "이후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으며, 보고를 받고 제대로 시행이 안 된 경우는 또 특별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에는 포스코이앤씨가 낸 함양울산고속도로 사망사고 현장 점검을 다녀왔으며, 안전대책이 미흡해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 잦은 건설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자 국토부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건설산업안전특별법과 유사한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국무 회의에서 "건설사에 매출 3%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도급에서 발생한 사고에도 원청에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건설안전특별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은 사망사고 발생 시 연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