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입찰제·개발이익환수제·원가연동제 등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시장 왜곡 논란과 로또 분양 유발 등의 부작용을 안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대통령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고 언급하면서 향후 제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됐다.
5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제26회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비싼 값에 팔아 시세차익을 유도하는 구조에서 벌 떼 입찰과 로또 분양이 생긴다며 현행 제도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집 짓는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하고, 건설사에는 건축 도급만 주는 건 안 되느냐"고 제안하며, 공급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주문했다.
◇ 분상제 '주택과열 억제 효과에도 시장 왜곡 문제' 지적돼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택시장의 과열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시세와의 괴리로 인한 '로또 아파트' 양산, 분양대기 수요의 집중으로 인한 시장 왜곡 등의 비판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은 "공공사업인데 택지 공급 가격과 실제 가격에 차이가 생겨, 소위 말하는 벌 떼 입찰을 시키고 로또 분양을 하는 등 문제가 많다"라며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이 있다 보니,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영역에서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실과 고민해서 택지 공급시스템의 근본을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가 상승분을 공공이 일정 부분 환수해 시장 투기를 억제하자는 취지로 풀이됐다.
분양가상한제는 1977년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초 도입된 후 폐지와 재도입, 확대 및 축소 등을 거듭해왔다.
2005년에는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도 이를 적용했고,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응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적용했다.
현재는 공공택지의 경우 원칙적으로 모두 적용되며, 민간택지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투기과열지구를 지정,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왔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결과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연간 1.1%포인트 내렸고, 공급 물량 감소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분양가 통제가 주택가격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 전문가들 "분상제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할 방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단순히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유지하는 이분법을 넘어, 제도의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로또 분양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채권입찰제, 개발이익 환수제, 원가연동제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특히 공공택지 공급방식 개편과 민간 건설사의 이윤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되, 수분양자가 일정 금액의 국공채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제도로 수분양자의 실질 비용을 조절해 시세차익을 억제하는 제도다.
개발이익환수제는 택지개발이나 정비사업 등에서 사업자가 얻는 초과 이익 중 일정 비율을 공공이 회수하는 제도로 직접 현금으로 회수할 수도 있지만 기부채납과 같은 방식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
원가연동제는 분양가를 토지비, 건축원가, 적정이윤 등 실제 원가에 연동시켜 산정하는 방식으로 분양가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로또 분양을 막는 방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개발이익이 일부, 즉 소수만 공유하는 데 대한 지적이 아닐까 싶다"라며 "벌 떼, 로또라는 말 자체가 이익이 소수에게만 한정돼 그렇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단순히 제도 하나를 만들어서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구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로 들린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분양가상한제 자체를 폐지한다기보다는 LH의 택지개발 방식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나, 이런 부문에서 분양가를 어떻게 핸들링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라며 "2009년 판교 분양할 당시 중대형 면적에 도입한 채권입찰제에 대한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을 약간 더 현실화하거나 전매 기간이나 실거주 의무 등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LH가 조성한 땅에 분양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공공이 택지를 분양하지 않으면 시세가 없어져 가격은 안정된다. 임대아파트에 시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간 땅인 경우는 로또분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채권입찰제 같은 것을 도입해 시세 분양하라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없어지면 청약 과열은 없어지겠지만,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에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라며 "지금 분위기는 '분상제 아파트는 무조건 맞다'라는 인식을 가져오는데 이것이 없어지면 초고가는 이익 규모가 커 엄청난 쏠림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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