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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리얼티] 국정과제에서 멀어진(?) 부동산

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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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의 국정운영 계획을 담은 것으로 정부의 추진 동력이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주목할 점은 이번 국정과제에서 부동산 정책 과제는 단 2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23개 과제 중 62번과 63번에 각각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와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관련 공약을 거의 제시하지 않아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아리송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옮겨갈 수 있도록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그런 면을 감안하더라도 부동산 정책은 너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얘기대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돈이 이동하게 하려면 부동산에 과세라도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선언적인 과제만 몇 개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하니 실행 방안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국정기획위가 낸 보고자료에도 "공적주택 공급 확대와 신혼부부·고령자·1인 가구에 대한 수요맞춤형 주거 지원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실현한다"라고 명시하는 데 그쳤다.

공적 주택에 대한 공급 계획만 도식으로 '장기 공공임대 비율을 8% 수준에서 10% 수준으로 높인다'는 내용만 담았다. 17개 시도별 과제 중 서울시에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급을 늘린다'는 내용과 경기도 과제에 '1기 신도시' 등 노후 도시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게 전부다. 모두 정리해도 세줄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국정과제가 정부의 확정된 정책은 아니라며 "바람직한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이다. 과제는 계획이고, 계획은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아예 계획조차 내지 않는다면 수정할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완의 국정과제라면 중도에 계엄으로 탄핵당한 윤석열 정부가 낸 국정과제가 대표적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 120개의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당시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상화'를 목표로 부동산 관련으로만 4개의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주거공급 확대 ▲부동산 세제 정상화 ▲대출 규제 완화 ▲주거복지 강화라는 네 축으로 총 4페이지에 해당하는 내용이 국정과제에 담겼다.

여기에는 250만 호 이상 공급 로드맵 수립, 분양가상한제·재건축 부담금·안전진단 완화, 사전청약 확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 공급 확대 방안은 물론, 세제 부문에서 종부세 개편, 양도세 중과 유예, 상생 임대인 제도 확대, 취득세 감면 등이 포함됐고, 금융 부문에서는 생애 최초 구매자 LTV 80% 완화와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가 담겼다. 주거복지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연평균 10만호 공급, 노후 공공임대 재정비 등이 포함됐다.

국정과제의 분량과 비중은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핵심 국정 목표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 국정과제에서 부동산은 후순위로 밀렸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과거처럼 폭등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 완화나 세제지원 공약이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주택공급 지연, 지역별 양극화, 금리·물가 부담 속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어려움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격이 과거처럼 폭등세, 폭락세가 아니라고 해서 국민들의 주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국민 자산의 핵심이자 가계 경제와 직결된 민감한 분야다. 정책 비중이 줄면 시장은 정부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느끼고, 이는 곧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주택 실수요자가 이재명 정부 임기 초부터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기다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불확실성이 제거되길 기다리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단기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차기 5년 국정과제에서도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적어도 계획표에는 적어둬야 이에 대한 노력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길 순 없다. 누구라도 챙기도록 하려면 과제에 명시해 이를 추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방법을 찾지 않는다. (산업부 차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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