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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1.6조 폴란드 석유 플랜트 사업 본드콜 발생

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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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재로 법적 절차 대응 예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발주처와 갈등으로 본드콜(bondcall: 계약보증금 청구)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현장으로 2019년에 국내 건설사가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단독으로 수주한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현장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반기 보고서에서 8월 폴란드 석유화학 현장에 대해 발주처로부터 본드콜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모기업 현대건설[000720]도 반기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본드콜은 건설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발주처가 계약 보증을 선 금융기관에 보증이행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국영 화학기업 그루파 아조티(Grupa Azoty)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그루파 아조티 폴리올레핀스(Grupa Azoty Polyolefins)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보증기관 '리버티 뮤추얼 인슈어런스 유럽(Liberty Mutual Insurance Europe)'으로부터 1억750만 유로(약 1천75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루파 아조티는 8월 초 "폴리머리 폴리체 프로젝트 틀 내에서 체결된 협력 및 안정화 협정이 만료되고 상호 청구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아조티 폴리올레핀스가 EPC 계약 조항에 근거해 지연에 따른 계약상 벌금 1억1천180만 유로(약 1천820억원)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폴리머리 폴리체(Polimery Police) PDH/PP 플랜트'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년 수주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프로젝트는 연간 40만톤의 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과 부대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원화 총 1조5천500억원에 달하고, 총면적이 축구장 약 55개를 합친 크기인 12만평에 달하는 폴란드 최대 석유화학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다.

이 플랜트는 프로판가스에서 프로필렌을 생성하고 생성된 프로필렌을 에틸렌과 결합해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가 참여한 제1호 투자사업으로 주목받았다. 해당 공사의 완공 예정일은 2023년 8월 말이었으며, 도급액은 1조5천500억원이었다.

그루파 아조티 측이 계약 조건 이행에서 문제가 발견돼 보증금 청구를 진행했다는 것은 양측이 협상에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공사는 완료돼 기계적 준공은 끝났다"라며 그러나 "사업 종결을 앞두고 인허가 발급 및 공기 연장 등 당사와 발주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향후 발주처가 유리한 입장에서 당사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본드콜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시에서 "공사비 인상 및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한 양사 간 이견은 중재를 통한 법적 조치를 통해 해결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법적 판단에 따라 재무적 영향을 합리적으로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할 예정이나, 연결회사의 사업, 재무 상태 및 경영성과 등에 미칠 궁극적인 영향은 현재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규정에 따라 수년간의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재 결과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보증금을 돌려받거나, 반대로 손실을 확정 짓고 추가 배상까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분쟁을 넘어 현대엔지니어링의 글로벌 EPC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사업장에서 총 1조원을 웃도는 손실이 발생해 대규모 적자를 낸 바 있다.

연이은 해외 현장 리스크로 인해 수익성이 흔들린 만큼, 이번 본드콜 사태는 해외 프로젝트 손실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 6월 폴란드 석유화학플랜트 초도 생산 기념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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