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서주 메론바와 항소심서 승소
"무형적 가치도 폭넓게 보려는 법원의 변화"
[출처: 빙그레, 서주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빙그레가 이겼다. 경쟁업체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메로나 포장 표절'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빙그레의 손을 들어주면서 식품업계에 만연한 '포장지 따라 하기'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2부는 지난 21일 선고에서 빙그레[005180]의 메로나 브랜드 포장 디자인 구축 노력을 인정하고,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주지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는 모두 막대형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고 있다. 빙그레는 1992년부터 메로나를 출시했으며, 서주는 20여 년이 지난 2014년에 메론바를 내놨다.
메로나는 2014년 이후로 현재까지 10년 이상 별다른 변경 없이 같은 포장을 사용해왔다. 2014~2021년 사이 광고비로 5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빙그레의 메로나는 지난해 브랜드별 빙과업계 소매점 매출 4위(596억 원)를 기록했다. 서주의 메론바는 공개된 상위 17위 안에 들지 못했다.
출시 시기나 매출 규모 등을 견줘도 메로나가 앞섰지만, 빙그레는 2심을 승소하기까지 먼 길을 걸어왔다.
법원은 지난해 1심 판결에서 서주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서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포장의 연녹색, 제품명 표현 방식이나 폰트, 요소 배치 방법 등이 메로나만의 차별적 특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메로나 포장이 소비자에게 식별력을 갖췄다며 정반대 결론을 냈다. 특히 빙그레가 제출한 설문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빙그레는 양사 제품의 상호를 가린 채 포장만 제시한 상태로 2천 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메로나 포장을 알아본 응답자는 98.5%에 달했고, 이중 89.1%가 브랜드명을 '메로나', 75%가 회사명을 '빙그레'라고 답했다.
반면 서주의 메론바 포장은 응답자의 98.1%가 봤거나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브랜드명 '메론바'를 답한 비율은 6.4%, 회사명을 '서주'라고 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메로나의 제품명 서체와 표현 방법을 달리한 예시를 통해 포장의 '메로나' 표시 자체가 제품 포장의 전체적인 외관 형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바 형태 아이스크림을 고르면서 통상 들이는 시간을 고려하면 메로나와 메론바의 제품명 서체의 차이까지 바로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진단했다.
빙그레는 이번이 처음 겪는 부정경쟁 소송은 아니다. 2017년에도 '바나나맛 우유' 단지 모양을 모방한 젤리 제품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용기 모양이 아닌 복잡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포장 디자인을 두고 승소한 만큼 이번 판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식품업계에는 유행하는 제품 포장이나 디자인을 모방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포장만으로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의 식별력이 없다고 판결되는 경우가 만연해서다. 특히 포장 디자인은 특허처럼 미리 등록을 시켜두기 어려워 소송에 승소를 해야지만 권리가 보호되곤 한다.
'유별남'을 증명하기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CJ제일제당[097950] '햇반 컵반'(2017),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2014), 롯데제과 '마가렛트'(2006) 등이 경쟁사와 벌인 포장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허니버터칩, 먹태깡 등 히트 제품을 따라잡는 후발주자도 끊이지 않았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아이스크림 제품에 있어서 포장지를 따라 하는 관행을 정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법원이 기업의 이미지, 브랜드 등 무형적 가치에 대해서도 폭넓게 보려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K푸드의 수출 확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 명성과 지적재산(IP)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1심과 2심 판결 내용이 엇갈린 만큼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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