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초장기 국채 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국의 재정 우려가 금리를 떠미는 가운데 장기채 공급을 흡수해야 하는 장기투자기관의 수요도 감소해 시장의 역학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영국 30년 국채 금리는 지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독일 30년 국채 금리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이들 나라는 기본적으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 지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와중에 중앙은행, 연기금, 생명보험사 등 전통적으로 장기 채권을 대규모 매수하던 장기투자기관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인 투자원으로부터의 수요가 줄어든 것 같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기관들은 말 그대로 채권을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채권 수요가 감소하면 국채 발행기관인 정부는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른 수익을 추구하는 단타 세력에 더욱더 의존하게 된다.
CE는 "이런 새로운 투자자 집단이 장기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금리 급등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투자기관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달라졌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많은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며 경제를 부양했고, 이에 따라 장기 국채 수요가 증가했다. 이후 중앙은행이 채권 보유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과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은 지난 2022년 말에 채권 매입을 종료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2023년 3월에 끝냈다. 일본은행(BOJ) 역시 2024년 3월 채권 매입을 종료했다.
연기금 역시 장기채 수요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되는 추세 속에서 연기금의 장기 채권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DC 제도로 전환하는 연금 개혁이 진행 중이다.
DB는 은퇴 시 보장된 소득을 제공하지만, DC는 투자 성과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전자가 보통 장기 국채에 많이 투자한다면, 후자는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발리두스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캄비즈 카제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네덜란드 연금 개혁은 유럽 장기물 금리에 일정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장기투자기관들의 변화는 선진국들이 국방이나 인프라 지출을 늘리려는 시점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채 발행과 차입 비용은 모두 확대될 위험에 처했다.
카제미 CIO는 "각국 정부가 수요 변화에 대응해 장기물보다 단기물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물 채권의 유동성을 줄여 의도치 않게 장기물 변동성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E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의 진정한 재정 조정은 어려워 보인다"며 "초장기 채권 시장은 계속해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을 목격하고 있다"며 "부채 우려가 금리를 끌어올리고, 이는 부채 역학을 악화시켜 다시 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촌평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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