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12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으로 이사를 해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앙은행 독립성의 미래' 기획을 통해 이번 쿡 이사 해임 배경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으로 지지율을 유지하려는 의도, 그리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쌓여온 연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 쿡 이사 해임, '과반 확보' 위한 마지막 퍼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곧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며, 그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주택시장이 움직일 것이고, 사람들은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감당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연준 장악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7명의 연준 이사 중 과반은 4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 임명한 2명의 이사 외에 지난달 8일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자리를 확보했으며, 이제 리사 쿡 이사 해임으로 마지막 자리까지 장악하게 됐다.
통화 정책 결정에는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도 참여하지만, 이사회는 각 연은 총재를 임명할 권한을 가진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명한 일부 이사들은 2023년 1월 취임한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는 굴스비 총재가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닉슨 행정부가 1970년대에 아서 번즈 연준 의장에게 완화 정책을 압박한 사례가 있으나, 역대 대통령들은 공개적 압박은 꺼렸다.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연준 독립성을 존중해 온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쿡 이사 해임을 단행하면서 과거 '관례'와 단절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 금리 인하 압박 속 불확실성 고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 이유는 일관되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정부 부채 이자 부담 완화, 달러 약세 유도 등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는 한 가지 진실은 경제에 대한 불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당시 대규모 상호관세 부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다.
협상에서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는 미국 경제에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제트 연료' 같은 경기 자극 효과가 있다는 금리 인하 요구를 급격히 늘려갔다.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사회 이사직에서 면직하는 것이나 실제로는 쿡 이사의 사례처럼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4월과 7월 해임 발언은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에 끝나며, 그로부터 불과 6개월 뒤 중간선거가 열린다.
◇ 공화당에 뿌리 깊은 연준 불신…"연준 사실상 통제하려 할 것"
특히 연준 불신은 행정부 내에서도 깊다. 강경 보수 공화당 의원들은 리먼 사태 이후 양적완화(QE)를 통해 민주당 행정부의 재정 확대를 뒷받침해 온 점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들은 금융 규제 강화 역시 민주당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오는 9월 연준 이사로 임명될 예정인 가운데 그는 "연준이 기후변화 같은 고도의 정치 쟁점에 자발적으로 개입해 왔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또 그는 지역 연은을 포함한 근본적 조직 개편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사로 임명돼 트럼프 1기에서 의장이 된 파월은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클라우디아 골든, 앨빈 로스, 폴 마이그롬, 폴 로머 등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경제학자 600명이 쿡 이사 해임에 반대하고 연준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직전 이들 중 핵심 인사들은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서한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선거 직전에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하도 민주당 지원을 위한 '정치적 책략'이었다고 의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준은 9월 금리 인하 재개를 모색하겠으나, 행정부 뜻대로 금리를 내린다 해도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는다"며 "연준을 사실상 통제하려는 행정부의 공세는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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