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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말의 성찬' 그쳤던 공공기관 개혁

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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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개최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 공공기관 통폐합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내용이다. 공공기관 자체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만큼 존치 여부를 따져 필요하다면 통폐합하겠다는 뜻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 초반에는 공공기관 개혁을 설파하고 공공기관 부채비율도 낮추겠다는 중장기계획도 빠짐없이 내놨다. 그러나 대부분 시작만 있고 결과가 없는 용두사미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올해도 정부는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상 자산 2조원 이상 또는 정부의 손실 보전조항이 있는 35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으로 이들 35개 공공기관 총부채가 693조원 수준인데, 2029년까지 848조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03.5%에서 190.1%로 12.1%P 낮춘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해 공공기관 주도의 자구노력을 병행하고, 유사·중복사업 감축 등 지출사업 재구조화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잊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부채비율 감축안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당장 3년 전인 2022년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2026년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보자. 당시 정부는 2022년도 공공기관 부채 규모를 633조원, 부채비율을 187.6%로 추정하면서, 2025년과 2026년 부채 규모를 692조원과 705조원으로 전망했다. 재정 건전화 조치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도 175%와 169%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수익 확대 등 구체적인 부채감축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2025년과 2026년 공공기관 부채는 720조원과 761조원으로 더 늘었다. 3년 전 전망과 비교하면 60조원 가까이 많다. 부채비율도 2022년 188%에서 2025년에는 202%로 200%를 넘었다. 예산을 짤 때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근거로 공공기관의 부채와 부채비율 감축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은 낙하산 인사를 꽂는 자리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고경영자에 의해 독립성이나 자율성 없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도 소위 '힘 있는 낙하산' 기관장을 당연시하는 수준을 넘어 기관을 지켜줄 방패막이로 여긴다. 정작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이 아니라 기관이 된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철저한 개혁을 통해 국민, 특히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공공기관 재무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모든 국민이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사·중복 기관은 통폐합하고, 민영화할 수 있는 기관은 매각하는 게 수순이다. 어정쩡한 구조조정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정권 초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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