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1시간은 5천200만 시간과 같아"…형식적 회의 틀 깬 파격
국무회의 '통 생중계'만 3번…국가 정책 결정 과정 그대로 노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 6월 4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의 지난 석 달여의 짧은 시간은 '강행군'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채워졌다.
국무회의만 18번, 사회 곳곳 각각의 주체들과 한 간담회·토론회는 20번을 훌쩍 넘겼다.
해외 정상외교까지 더해진 빡빡한 일정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국정운영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매주 이어진 '토론의 장'…전 국민에게 생중계
취임 당일 저녁, 펜 한 자루 없이 허허벌판 같았던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으로 구성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튿날 오전, 이 대통령이 주재한 첫 번째 국무회의는 무려 3시간 40분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우리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업무 대리인'이라고 강조한 국무위원들은 김밥 한 줄을 놓고 마라톤 같은 부처별 현안 보고를 계속했다.
이재명 정부의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안(내란특검법·김건희특검법·채상병특검법)' 이 의결된 두 번째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일 순간도 놓치지 말고 5천200만 국민의 삶이 달린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국무위원들을 다독였다.
세 번째 국무회의에서는 '20조+α' 규모의 새 정부 첫 추경안이 상정되며 비어있는 나라 곳간 채우기가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적극적인 재정, 이른바 '씨앗론'의 시작이었다.
지난 7월, 다섯번째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주택은 투기 아닌 주거에 방점이 있다'며 처음으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놨다.
6·27 대책이 발표된 직후 나온 이 대통령이 메시지는 투기적인 부동산 시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시장의 자금을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옮기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꽁꽁 닫혀있던 국무회의장 문이 활짝 열린 것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아홉번 째 국무회의부터다.
새롭게 임명된 국무위원으로 채워진 첫 회의였던 제33회 국무회의는 유튜브를 통해 편집 없이 생중계로 송출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두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국무회의는 헌법 88조에 따라 정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 심의기관이다.
통상 일주일에 한 번 열리지만, 대게는 대통령이 사전에 준비한 공개 발언이 끝나면 비공개로 전환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안건을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아무리 길어도 오찬 일정 이전에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날을 시작으로 국무회의는 자주 국민 모두에게 공개됐다.
이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는 국민들과의 소통 창구였다.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 생중계에는 시작부터 7천명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이날 이 대통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구금 사태와 관련해 최종 책임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국민들을 위로하며 국무회의 주재를 시작했다.
댓글 창에는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국민들의 반응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한 시청자는 각종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지시하는 이 대통령을 향해 '행정 천재 이재명'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국무회의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비공개로 예정된 회의를 즉석에서 공개로 전환하는 일도 잦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에도 숱하게 있었던 일이다.
회의에서 결정된 정책을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다수가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러 회의가 생중계되며 회의에 참석하는 장관, 지자체장들도 달라졌다.
회의 전날은 회의를 준비하는데 많게는 하루 종일 시간을 쓰기도 한다는 게 관계부처의 전언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디테일까지 공부해야 하는 장관은 극한 직업"이라고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9.2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 2025.9.2 xyz@yna.co.kr
◇ 발로 뛰는 행정, 외교 무대도 '강행군'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외에도 시민·노동자·기업인과의 간담회를 쉼 없이 이어갔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은 여의도 한국거래소였다.
이곳에서도 이 대통령은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 한 시간 넘게 토론하며 주가 조작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장하며 주식 시장을 부동산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대선 시절부터 코스피 5천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자신을 '휴면 개미'라고 소개할 정도로 주식시장에 대한 진심을 털어놨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일까.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전날, 3,314.53에 마감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다.
이 대통령은 매주 평균 2~3차례의 현장 행보를 꾸준히 계속했다.
대통령실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원칙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일정 전체를 관통하는 행보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운홀 미팅'이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지자체장을 지내며 쌓은 '행정 전문가'로서의 노하우가 집약된 이 대통령의 면모는 타운홀 미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년째 쳇바퀴를 돌던 무안 공항 이슈 해결의 물꼬를 텄던 광주를 시작으로 대전, 부산에 이어 강원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호우와 수해, 가뭄, 산업재해가 발생한 곳에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 가서 재해와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울산AI데이터센터 출범식이나 5급 신입 공무원과 고위 공직자를 위한 특강은 물론 문화예술인 간담회, 나라재정간담회, K-팝 미래담론 특집 프로그램, K-제조업 현장간담회, K-바이오 혁신 토론회도 생중계로 국민들과 함께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강행군 외교를 이어갔다.
취임 11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찾은 이 대통령은 1박3일이라는 숨 가쁜 일정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양자 회담만 10번, G7 확대 세션에서 두 차례 발언한 이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 외교 기조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
외교전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8월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보여준 '칭찬 외교'는 내외신을 통해 크게 주목받으며 협상가로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숫자로 집계된 이 대통령의 지난 100일은 단순히 일정의 양이 아닌, 국정 운영 방식의 질적 변화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책은 국민 속에서 태어난다'는 이 대통령의 믿음은 소통형 행정이라는 리더십의 뼈대를 관통하는 철학"이라며 "추석 전 국정운영 지지율이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광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6.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xyz@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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