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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잃은 '토허제' 국토부 장관 손으로…실효성 논란 가열

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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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최근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 지정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추가 지정 가능성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개발이익 차단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주택시장 규제로 변질·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실효성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동일 시·도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시·도지사뿐 아니라 국토부 장관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일 시·도 내 시·도지사에게만 있던 허가구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갖게 되면 시장 과열이 우려될 경우 적기에 허가구역을 지정해 투기적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도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 토허구 본래 취지 무색…주택 가격 통제 수단으로 활용

토지거래허가제도는 1978년 도입 당시 180㎡ 이상의 토지거래를 허가제로 묶어 개발 기대심리와 토지의 비정상적 거래를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거 지정되면서 주택시장 거래까지 제한하는 방식으로 용도가 확대됐다. 면적 기준 축소, 주택용 토지 포함 등으로 사실상 주택 규제로 변질하면서 실효성 논란은 지속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은 2022년 '토지거래허가제가 인근 지역에 미치는 풍선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도해 가격 상승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일정 부문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대체관계가 높은 지역이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을 경우 대체지의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장소 기반 정책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2020년부터 적용된 토허구를 분석한 결과 '잠삼대청(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의 거래량은 38.3%, 가격은 4.3%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는 비규제지역 간의 가격 격차를 더 확대했으며, 비규제주택을 비교한 결과 근거리 주택은 원거리 주택대비 2.3% 가격이 올라 '풍선효과'가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즉 규제지역 수요 중 일부가 대체성이 높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갔다.

KDI는 "규제대상에 대한 직접효과와 인근지역에 대한 규제의 간접효과가 다른 방향을 가진다는 것은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선별적 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 달성에 적합한 규제의 형태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올해 한국부동산연구원의 '부동산분석 7월'호에 실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의 지가 안정화 효과' 논문서도 2020년 적용된 토허구 지역을 분석한 결과, 잠실동은 토허제가 지가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효과를 낸 반면, 나머지 세 지역은 오히려 지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동일한 규제 정책이 지역별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윤덕 장관,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토허구 국토부도 지정 가능…확대 재지정 여지도

이번 9.7 부동산 공급대책에서 토허구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국토부 직권으로도 토허구 지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특정 어떤 문제를 보는 시각이 서울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을 이제 국토부 장관이 가짐으로써 좀 더 효과적으로, 향후에 시장 교란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기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정부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역시 적극적인 시장 과열 억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정부는 토허제가 시장 불안정 국면에서 일시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마포·성동 등 강남권 인접 지역으로 불안이 확산될 경우, 허가구역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경 차관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50%에서 40%로 강화한 것과 관련해 "향후에 주택 시장이 불안정하게 되면 (즉, 가격상승세가) 한강벨트로 확대한다면, 규제 지역의 LTV 규제가 아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마포구나 성동구라든지, 혹은 서울의 바깥 지역 수도권 지역에서는 LTV 40%를 적용하면 6억 원보다 더 금액이 낮아질 걸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인식으로 볼 때 당분간 정부가 토허제를 가격 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경제에서 토허구역은 규제 수위가 가장 높은 상위 규제임은 사실이다"라면서도 "토허구역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대표지역이고 갭투자 방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쉽게 규제를 풀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제도 유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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