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진단 그럴듯한데…해법은 '글쎄'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똘똘한 한 채'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원인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똘똘한 한 채'란 여러 채의 주택을 분산 보유하기보다, 세금 부담이 적고 가치 상승이 확실한 입지 좋은 고가 주택 한 채만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2017년 8월 2일 이후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 초강력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이때부터 언론과 시장에서는 여러 채를 처분하고 입지 좋은 1채만 남기는 전략을 '똘똘한 한 채'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 주택시장 양극화와 가격 왜곡의 출발점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상경 차관도 9·7 부동산대책 브리핑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묻는 말에 "강남 3구, 용산구 등 서울 안에서도 특정 지역이 가격을 주도하고 있고, 그 여파가 마포·성동구 등 한강 벨트로 확산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해석했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이 오르는 현상에 '똘똘한 한 채'의 영향이 크지 않은가 하고 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이전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을 '다주택자 규제'로 보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일부 규제는 완화됐지만, 사실상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손대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부동산 뉴스의 헤드라인은 지난 8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10월 한 경제지는 "'똘똘한 한 채' 잡아라…현금부자 몰리는 압구정동"이라 썼고, 2025년 5월에는 같은 매체가 "'똘똘한 한 채' 더 심화…강남은 신고가, 외곽은 거래절벽"이라고 보도했다. '똘똘한 한 채' 쏠림은 강남구 일부 아파트를 전용 84㎡ 기준 60억~7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8·2 부동산대책 실패 이후 문재인 정부는 1년 뒤 보유세 개편으로 강남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는 정권 교체의 한 원인이 됐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듯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상경 차관의 발언을 들으면 과거의 데자뷔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 차관은 똘똘한 한 채가 나타난 원인으로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 사실상 많은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고 그런 부분의 영향이 좀 더 강하면서 이런 현상이 집중되지 않았는가 하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부담을 과도하게 지웠다는 지적보다 '1주택에 혜택이 너무 많다'는 인식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다음에 내놓을 대책은 과거와 같은 보유세 강화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벌써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푸는 대신 강남 고가 1주택에 보유세를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를 위해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에 따라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똘똘한 한 채'를 낳은 원인이 다주택자 규제였다면 이를 되돌리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다주택자는 임대시장에서 일정한 공급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며 규제를 쏟아냈고, 그 결과 시장 왜곡이 심화했다. 많은 전문가는 "지금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5년간 총 26차례나 대책을 쏟아냈지만, 가격을 잡지 못한 반성에서 나온 외침이다.
당시 정책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수요 중심의 규제 일변도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3기 신도시 공급과 같은 대책이 발표되긴 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초저금리 환경과 맞물리며 늘어난 유동성은 주택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공급 부족 우려가 넘치는 유동성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책은 이를 외면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첫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1~2년간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저금리 환경까지 만들어질 모양새다. 공급 부족과 유동성 확대가 동시에 다가오는 시점에서 대책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의 발언이나 국토부 차관의 발언에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산업부 차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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