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공급대책이 나오고 9.11 대통령 취임 100일 간담회를 통해서 대통령의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한 번 더 돋보이는 계기도 있었다. 특히 대통령은 '머니 무브'를 주문했는데 이는 부동산에서 주식 등으로 돈이 흐르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불구 현재 서울의 주택시장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 5-4분위 지역의 강세 기조와 경기도 5-4분위 지역의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근본적으로 현재의 서울 5분위 강세는 2023년부터인데, 2022년의 초저출산율에 전 사회가 충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유치원, 학교 폐업 등의 환경과 의료서비스 문제를 목도하던 비수도권 거주자들의 자금이 수도권 특히 서울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입에서 비서울 거주자의 비중이 20%를 하회하다가 30%에 육박하면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즉, 부동산에서도 머니무브가 존재하는데,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머니 무브라는 큰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7 공급대책이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시장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9·7 대책은 공급 목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변경했고 목표치도 연평균 25.8만호로 높였으나, 지난 3년 과소 공급된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먼저, 정부의 공급기준이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뀐 것 자체가 시장에 대한 기만의 지속이다. 착공한 집은 주택이 아니며 입주해야 주택 수가 증가한다. 건설 중인 자산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닌 까닭이다. 입주로 기준을 바꾸면 이재명 정부에서 입주량이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입주가 공급이라는 기본적 사실부터 외면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그 공급기준을 인허가로 바꾸면서 이 사단이 시작되었지만, 잘못된 기준 위에 잘못을 얹히면 영원히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오히려 결국 입주가 증가하는 시그널이 가려면 입주를 기준으로 공급량이 재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공급에 대한 인식의 총체적 부실이다. 정부는 9.7대 책에서 주택의 공급을 민간에게만 맡겨놓으니 민간은 가격이 상승할 때 공급을 증가시키고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하지 않는 행태를 깨닫고 금번 대책에서 공공 시행을 늘리는 방식으로의 방향성을 잡았다. 그러나 가격에 따라 공급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것은 미시적 수요공급론에서 공급곡선의 기본적인 우상향하는 특성이다. 수요는 우하향하고 공급은 우상향하는데, 이러한 점을 인제야 알아챌 이유라도 있을까? 과거 모든 지표는 공급은 가격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가격이 약세인데 공급이 늘었던 적은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학의 기본적 내용의 문제점을 이제야 깨닫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법으로 공급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형태의 대책을 냄으로써, 결국 시장에는 지난 3년간 착공의 감소를 공공의 개입으로 만회할 대책을 내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고, 시장은 결국 당장 준공이 적다는 것을 트집 삼을 환경이 펼쳐졌다.
세 번째는 다시 절판마케팅을 자극하여 시장이 조급해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부분은 소위 '장관 토지거래허가제'다.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결국 정부는 시장의 과열을 공급으로는 잡을 수 없으며, 수요대책은 유효하나 영원한 수요대책을 유지하는 것은 소매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셈이므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고, 이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을 지정함으로써 갭투자를 방지하여 가격상승률을 둔화시킬 요량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러한 인식은 아마도 단기간에는 과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데, 왜냐하면 결국 이것이 다시 한번 문 닫히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급함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6.27이 초창기 잘 작동한 것은 대책을 낸 후 곧바로 시행돼서인 데, 장관의 토지거래허가제 지정권은 대책을 낸 후 곧바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절판마케팅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을 요약해보면 9.11 대통령 담화 때 국토부의 공급대책에 대해서 왈가왈부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잘 낸 대책이라는 인식은 시장의 날 서 있는 인식과는 다소 상이하다. 시장은 공급정책이 본질을 벗어났으며 입주가 체감되지도 않고, 국토부의 공급 무능에 질려있는 상태다. 2020년 8·4 대책에서도 도심지 주택공급 건이 나왔지만, 체감적 공급이 없었으며, 이번 9.7에도 3.8만호의 도심 내 공급에 2만호는 기재부 소관 사업이니 국토부가 지난 5년간 무엇을 한 것일까? 3기 신도시는 2018년에 지정되었으나 지금도 본 분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준공이 올라오지 못하고 인허가니, 착공이니 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본디 공급은 시장안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 공급은 가격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즉 가격이 공급을 결정하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요대책만이 시장을 그래도 잡아둘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그래서 6.27에는 화들짝 놀랐으나 9.7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다. 공급은 수요가 작동하는 사이에 어서 정상화 방안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입주를 기반한 목표치 설정으로 국토부가 돌아가길 바란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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