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납입액 감소→기금 축소→공공주택 재원 부족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에서 직접 시행으로 주택을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돈이다. 공공주택사업의 돈줄인 주택도시기금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기금의 핵심 재원인 청약저축 가입자와 납입액이 감소세로 전환된 상황에서, 제도 개편 없이 공공주택 물량만 늘릴 경우 '청약가입자 감소→기금 축소→공공주택 재원 부족→공급 차질'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됐다.
◇ 청약가입자·납입액 동반 감소…기금 조성액도 ↓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주택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 수는 2천637만3천269명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6천968명이 늘었는데, 지난해 12월말 2천648만5천223명과 비교하면 11만1천954명이 줄었다.
올해 들어 3월(4천435명↑)과 8월(6천968명↑)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6개월간 월 평균 1만9천명가량의 가입자가 순감소했다. 올해 3월 증가도 2년 9개월만에 늘어난 것이지만, 가입자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입자 감소 추세로 청약저축 조성액은 지난해 말 14조8천181억원으로 전년보다 1천426억원(1%)가량 감소해 3년 연속 줄고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2021년 23조1천384억원에 비해서는 8조3천203억원(36%) 줄어, 지난해 말 기준 청약저축은 전체 기금 조성액의 12%에 그쳤다.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통한 조성액도 같은 기간 14조1천449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1년 18조8천45억원에서 4조6천596억원(25%)가량 감소했다. 국민주택채권은 부동산 등기, 건축허가, 건설업종 등록 시에 매입하는 채권으로 건설 경기 악화와 거래량 부진으로 발행액은 지난 4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민간분양 축소…청약 수요 이탈 가능성
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을 위해 LH 직접시행 비중을 높이고 민간분양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장 9·7공급대책에서 국토부는 공동주택용지 매각 대신 LH 직접시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상당수의 민간 분양주택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로 조성된 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일정 이상의 공공임대와 공공 분양을 공급하도록 돼 있어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물량이 전체의 50%를 넘어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체가 공공주택으로 채워져 청약 자격도 달라진다.
문제는 공공주택 물량이 늘면 소득과 자산기준에 따라 청약이 더 까다로워져 청약 통장을 유지할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서울 등지에서는 4인 가족 기준 가점이 만점이어도 당첨이 안 될 정도로 청약이 로또가 된 분위기에서 사용처는 점점 줄게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민간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청약통장을 들고 있어도 실제 청약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소득·자산 기준이 까다로운 공공주택은 일반 청약 대기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유지할 유인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금 여유자금 바닥…재원 확대 방안 찾아야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이며, 정부는 이 재원을 활용해 공공주택 건설·구입·전세자금 대출 등 정책사업을 지원한다.
문제는 최근 기금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잔액은 2021년 말 49조원에서 올해 6월말 기준 9조7천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의 상환이나 청약저축 해지에 대비한 대기성 자금으로 해당 자금이 고갈되면 융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내줘야할 돈을 못 내줘 결국 국고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가 LH 직접시행으로 공공분양·임대주택을 대규모 공급할 경우, LH는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금 융자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지난해 LH가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기금으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은 7조원 규모이며 현재 융자 잔액은 53조원, 출자 잔액은 33조5천억원 정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에서 지금 여유자금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여유자금에 여력이 없다는 데는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어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4분기에 집행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현재 9조7천억도 갑자기 줄어들 수 있다"라며 더구나 "(LH가 사업을) 신규로 한다면 분명히 여유자금에서 헐어서 나가야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LH 직접시행을 통한 공공주택 확대를 추진하려면, 청약저축 중심의 기금 유입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구조에서는 공공주택을 늘릴수록 청약가입자 수요는 더 줄고 기금도 고갈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LH 개혁위원회와 함께 향후 5년간 공공주택 110만호 공급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앞서 LH 직접 시행의 경우, 청약 등 관련 제도 개편과 병행하여 시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가동 중인 LH 개혁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LH 직접 시행과 관련된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