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건재해 보여도 작은 자극에 급격히 무너질 수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글로벌 주요 증시가 연일 새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조용한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글로벌 강세장을 이끈 인공지능(AI) 열풍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BCA리서치는 22일 '초냉각: 주식시장 붕괴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에쿼티 자산에 대한 향후 12개월 전망을 '매도(Sell)'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시장을 '초냉각(supercool)' 상태로 규정했다. 물은 보통 0℃ 이하에서 얼지만, 불순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는 점 아래에서도 액체로 남는다. 이때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즉시 얼어붙는데, 증시도 이와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는 건재해 보여도 작은 자극에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BCA는 과거 사례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1929년 대공황 전 이미 자동차와 철강 생산이 급감했고, 1998년 LTCM 사태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디폴트 등 누적된 충격이 쌓인 결과였다. 2008년 금융위기 또한 주택가격 하락과 연체율 급등이 최소 2년 전부터 나타나 있었다. 2022년 역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신호를 무시한 결과였다.
BCA는 현재도 투자자들이 취약한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4월 BC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ACWI 숏포지션에 대한 매도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결국 '실패작'이 됐다. 이에 대해 BCA는 "AI 투자 열풍의 지속성과 미국 경제의 예상외 버팀목을 과소평가했다"며 "역사적으로 경제가 견조할 때 시장은 충격 뒤 빠르게 반등한다"고 설명했다.
BCA가 주목하는 건 앞으로의 상황이다.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두 축이 점차 약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먼저 세계 경제가 취약해지고 있다. 신호가 드러난 건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이다. 3개월 평균 비농업 고용 증가는 2만9천명에 불과하다. 의료부문을 제외하면 고용은 줄고 있다. 건설 고용에 선행하는 건축 허가 지표는 5년 중 최저 수준이다. 신규 주택 재고도 급증했다.
[출처 : BCA 리서치]
BCA는 "미국 외 지역은 올해 초 관세 회피 목적의 선수입 효과 덕분에 유지됐다"며 "그 효과는 끝났고, 캐나다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축인 AI 열풍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BCA는 "투자자들은 대체로 '엔비디아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가 뚜렷한 둔화에 들어선다면 이 생각도 잘못된 것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가 위축되면 메타와 구글의 광고 매출도 급감한다. 이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주가 변동성도 커진다. BCA는 이번에도 위험이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BCA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는 2026년 하반기까지 늘 수 있지만, 주가는 그 이전에 먼저 꺾일 수 있다"며 "S&P500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AI 관련 종목이 무너질 경우 소비 지출은 한 층 더 위축된다"고 경고했다.
[출처 : BCA 리서치]
BCA는 12개월 자산배분 전망에서 주식 매도 조언을 내놨다. 채권과 현금을 선택할 시기라고 봤다.
BCA는 자산배분 전략에서 주식은 매도로 평가하고, 채권과 현금을 선호 자산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미국·호주·유럽·캐나다·일본 모두 중립적 시각을 유지했다. 업종별로는 필수소비재를 최선호로, 헬스케어와 유틸리티에도 긍정적 전망을 냈다. 반면 금융, 산업재, 부동산 업종 등은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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