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축' 경고 무색…상법 개정 반대한 총수들, 주가 급등에 '잭팟'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경영 위축을 명분으로 상법 개정에 반대했던 재계 총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수조 원대 '주식 잭팟'을 터뜨렸다. 재계의 우려와 달리 자본시장은 개정안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주가를 밀어 올린 덕분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지주사와 대표 계열사들을 편입한 'TIGER 지주회사 ETF'는 지난해 말 9천565원에서 최근 1만4천600원에 마감하며 9개월 만에 52.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의 보유 상장주식 가치는 합산 7조7천억원 불어났다.
특히 전례 없던 지주사 섹터의 동반 급등은 상법 개정이 불러올 '지배구조 재평가' 기대감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투명한 합병·분할 ▲계열사 간 부당거래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활용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고 이러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가장 큰 폭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그가 보유한 삼성물산 3천388만여 주의 주가가 지난해 말 11만4천800원에서 19만6천300원으로 뛰며 약 2조7천612억원의 이익을 안겼고, 삼성전자 9천741만여 주 역시 5만3천200원에서 7만9천850원으로 오르며 2조5천961억원의 평가이익을 더했다. 두 종목을 합쳐 총 5조3천573억원의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SK㈜ 단일 종목으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봤다. 보유 주식 1천297만여 주의 주가가 13만1천500원에서 22만4천500원으로 70% 넘게 급등하며, 지분 가치는 1조2천67억원 증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등 4개사 지분을 통해 8천837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핵심 승계 재원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 1천499만여 주의 주가가 11만8천100원에서 17만5천100원으로 오르며 약 8천550억원의 이익을 견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주가 상승으로 총 1천859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으며, 구광모 LG 회장도 ㈜LG 주식을 통해 1천억원의 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상법 개정 국면에서 재계가 보여온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 경제단체와 산업계에서는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면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결국 기업 경쟁력 훼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계의 진짜 속내는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지키려는 데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는 지배주주 지분(25.45%)에 육박하는 자사주(24.8%)를 보유해 사실상 '경영권 방어의 보루'로 여겨왔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명문화되고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이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임의로 넘기는 식의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재계가 우려하는 '소송 남발'은 본질을 벗어난 주장"이라며 "상법 개정의 핵심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아니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심각하게 충돌하는 특정 거래에서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고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가를 부양해 인수 시도 자체를 비싸게 만드는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제고해서 어려워진 회사는 없다"고 꼬집었다.
연합인포맥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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