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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리얼티] 주간 아파트 지표 발표를 없애라

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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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에 정책도 출렁…시장에 끌려가는 요인만 가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2주 연속 확대…마포·성동이 견인', '마포·성동구 토허제 지정될라…서울 아파트값 상승 주도',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치솟네"…서울 아파트값, 신고가 거래도 기록', '규제 약발 다했나…서울 아파트 가격 2주 연속 상승폭 확대'

지난주 목요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쏟아진 주요 언론사들의 머리기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간 단위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가격이 다시 오른다는 것에서, 나아가 9·7 공급대책이 소화되기도 전에 규제 약발이 다했다느니, 새로운 규제가 나올 거라는 쪽으로 기사의 방향이 정해졌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언론과 시장이 정부와 또다시 싸움 구도를 형성하는 문재인 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나오면 언론은 이를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인 시장 흐름을 읽기 위해 내놓은 통계지만, 쏟아지는 헤드라인에 시장이 흔들린다. 시장이 흔들리면 정부 역시 먼가를 다시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주기가 너무 짧아져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서 소화되기도 전에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이러한 평가를 압박으로 느낀 정부는 또다시 정책에 손을 댄다는 점이다. 단기 지표에 단기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5년 동안 총 27회가량 쏟아진 단기 처방으로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르는 상황만 경험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발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0.01%포인트 변동에 시장이 일희일비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실수요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국내 실거래가 정보는 계약 후 신고까지 최대 한 달 가까운 시차를 두고 공개되는 반면 주간 지표는 실거래가가 아닌 중개업소에 내놓은 시세 추정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주간 통계는 단기 시장 흐름을 보기 위한 '참고 자료'로 작성되기 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지표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택가격 지표를 월 단위나 분기 단위로 발표하고 있으며 주간 지표를 공식 통계로 활용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주택가격지수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매달 발표되지만, 2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개된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도 월 단위로 발표된다.

영국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가 있으며 이는 실제 등기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돼 2개월의 시차가 있다.

독일은 월 단위와 분기 단위 공식 주택 가격 자료가 발표되며, 유로존은 분기 단위로 주택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간 지표는) 단기 흐름보다 중장기 흐름을 봐야 하는 주택시장 특성을 무시한 지표"라며 "한 주 사이 0.01~0.02% 변동을 두고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매주 바뀌고, 그 수치가 언론과 시장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한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불안과 조급함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제는 부동산 지표 역시 '속보성'보다 '정확성'과 '신뢰도'라는 본질에 주목할 때다. 시장의 진정성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려면, 나아가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통계 시스템부터 손질하는 게 우선이다. (산업부 차장)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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