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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수습하는 증권가…'경력 사다리' 국민연금으로 몰리는 인력들

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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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자산 운용보다 대체투자 운용…인기 이미 역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전주 이전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채용이 어려워진 와중에도 대체투자 인력들의 국민연금 사랑은 여전하다.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동 국부펀드 운용역이나 국내 금융사 임원 자리 등으로 경력을 한단계 높이려는 인력들이 지방 근무를 감수하고라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투자 건 손실 처리로 인해 성과급을 받기 어려워진 부동산투자 관련 인력들이 국민연금 채용 문을 더욱 두드리는 분위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2025년 제2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직 채용'에서는 22명 모집에 110명이 지원했다.

17개 직무 가운데 사모벤처투자·부동산투자·인프라투자 등 대체투자 관련 직무에만 절반에 가까운 43명이 몰렸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등 전통자산 운용보다 대체투자 운용에서의 지원율이 더 높아진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중장기 운용전략으로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채용인원도 확대하자, 기회를 노리던 업계 경력자들이 몰렸다.

특히 국민연금 운용역은 경력을 한단계 높이기 좋은 자리로 인식된다. 운용자산 1천200조원을 굴리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LP)답게 국내 대체투자 부문에서 국민연금이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에 국민연금 출신 운용역들이 국내 금융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선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사모벤처투자실 대체투자팀장이 신한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으로, 지난해에는 인프라투자실 팀장이 NH투자증권 인프라투자본부 대표로 이직하는 등 해마다 국민연금 출신들의 임원 영입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위상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2022년 인프라투자실장이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 케펠캐피탈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에는 사모투자 운용역이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로 합류한 소식이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 공동 직원 연금 기금(UN Joint Staff Pension Fund)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는 등 국민연금에서 경력을 쌓고 해외 LP 또는 운용사(GP)로 많이 간다"며 "특히 대체시장에서 국민연금은 경력 레벨업 하기 좋은 곳"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금운용직 2차 채용의 특징은 대체투자 중에서도 부동산투자 부문의 지원율이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이후 평균 11대 1 수준이던 부동산투자 경쟁률은 이번에 27대 1을 기록했다. 사모벤처투자도 평균 7대 1을 웃도는 1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이 최근 몇 년간 채용인원을 크게 늘린 인프라투자는 예년과 비슷한 4대 1 수준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기존 투자 건을 손실 처리하게 되자, 성과급을 받기 어려워진 운용역들이 이직처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기존 투자 건에 자금이 묶인 LP들이 새로운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에서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운용사들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벤처업계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PE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 과잉유동성에 힘입어 2022년 기업가치가 치솟고 플랫폼 투자가 활발했다"며 "그 딜들이 지금 깨지면서 성과보수 기대를 하지 못하는 회사에 있는 주니어들은 이직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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