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장기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치울 것으로 예상되던 채권 자경단의 모습이 사라졌다.
고용 지표 악화와 기준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안정 등에 이들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게 숨어서 기다린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2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4.419%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금리가 연고점을 찍었던 4.8%에서 40bp 가까이 내려앉은 수준이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56%로, 연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의 5.09%보다 30bp 이상 낮아졌다.
지난 4월부터 6월 초순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컸고, 특히, 미 의회가 추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적자 국채 발행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확산했었다.
정부의 재정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 부채를 내다 파려는 투자자들, 즉 채권 자경단은 현재까지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미국 노동시장의 악화가 가장 큰 계기가 됐고,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정부의 장기 국채 공급의 조절 노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의 토머스 우라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자경단은 지난 여름만 해도 정부의 재정 적자와 세금 인하 정책을 주시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고용 통계 수치가 판을 바꿨고, 시장의 관심은 급속히 성장 둔화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등장하려면 고용 지표가 반등하고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관측했다.
현재까지 관세가 촉발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고, 미국은 관세를 통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미국 초당파정책센터 추정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총 관세 및 일부 물품세에서 1천65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존 루크 타이너 매니저는 "미국의 관세 수입 증가는 재정 우려가 증폭하는 것을 막아준 하나의 요인"이라며 "미국 국채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 대한 진짜 궁금증은 현재 수준에 머무느냐 또는 더 낮아지느냐"라고 덧붙였다.
미즈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재무부가 정부의 차입 수요를 단기 국채로 더욱더 많이 조달하려는 의사를 보이며 장기 금리를 억눌렀다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자신이 활용 가능한 도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활용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증권은 또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25% 부근일 때 많은 투자자는 매력적으로 여기며,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는 이상 롱 포지션을 취하도록 유인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국면이 오랜 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팔머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브레이거 매니저는 "내년 초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채권 자경단은 가까이 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막대한 국채 물량과 미국의 완만한 성장세,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재상승 가능성 때문에 채권 커브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브레이거 매니저는 "채권 자경단은 잠복해 있으며, 말하자면 짧게 끝났던 '항의' 이후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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