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북한과의 화해와 신뢰 회복 및 구축을 위한 메시지를 구체화했다.
교류(Exchange)와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3대 원칙을 앞세운 이번 제안은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 구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강조해 온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상대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 대북 전략"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또한 단계적 비핵화와 경제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합의보다는 단계별로 강화하는 신뢰 구축을 강조해 왔다.
이는 지난 6월 4일 취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있어 군사적 긴장을 최소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우선 확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앞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대북 방송 차단 조치를 선제로 취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이를 상기시키며 남북 신뢰 회복의 출발점임을 확인했다.
이번 기조연설은 단순한 화해의 메시지를 넘어 구체적인 로드맵을 'E.N.D'라는 비전을 통해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이 틀림없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중단-축소-폐기'라는 단계적 해법은, 그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온 대북 정책이 국제 무대에서 하나의 정책 패키지의 형태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역시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이나 미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라며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 줄이고, 폐기하는 수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E.N.D 이니셔티브'를 통해 국제사회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한미일이 협력을 강화할수록 중러북도 결속을 강화하는 악순환에서는 한국의 지정학적 긴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가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가 꼭 필요함을 역설한 셈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도 "남북 관계만으로는 돌파구를 만들기 어렵고, 국제적 보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해 온 것과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한국이 글로벌 연대를 연결해, 단순한 당사자를 넘어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대북 화해와 평화 구상이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이나 북미 간 협상 국면에서 'E.N.D'가 하나의 유의미한 어젠다로 자리 잡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체제에 대한 존중과 흡수 통일의 불 추구, 그리고 단계적 비핵화와 우선적인 교류라는 그간의 대북 정책이 'E.N.D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조연설을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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