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서만 6만호 규모의 공공주택을 민간참여공공주택사업(민참사업)으로 직접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민참사업은 중견 건설사가 주로 주도해왔지만, 앞으로는 대형 건설사 참여를 늘려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 10년간 10만호 시행…최근 2년간 5.9만호 집중
29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하반기 5천181호 규모의 민참사업을 수도권에서 추진하고 있다.
민참사업은 2014년부터 시행됐으며, 2022년 사업 개편으로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9년간(2014~2023년) 총 4만7천호, 연평균 5천200호가 공급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공급 물량이 2만4천호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3만5천호 규모로 확대됐다. 10년간 10만호가 공급된 가운데 60%가량인 5만9천호가 지난 2년간 집중 시행된 셈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서 5년간 6만호를 LH 민참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부터 매년 1만호 이상이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착공 계획만 1만8천호에 달한다.
민참사업은 계룡건설산업, 금호건설, 우미건설, 한양, 제일건설, 극동건설, 동부건설 등 지방 기반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해왔다. 안정적인 공공물량을 확보하고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중견사들이 주로 참여해온 이유다.
이렇다 보니 공급된 단지의 대부분은 금호 '어울림', 우미 '린', 계룡 '리슈빌', 한양 '수자인' 등 중견사 브랜드나,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등 공공 통합 브랜드로 공급돼 왔다.
이 때문에 소비자 인지도 면에서 대형 민간 분양 브랜드와는 격차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10대 대형 건설사들도 속속 민참사업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건설업 경기가 지지부진하면서 LH가 미분양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고, 민간 건설사는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대형사의 참여 유인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당장 올해부터 LH의 택지 분양 물량이 사라지면서 더 많은 건설사가 LH의 민참사업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2년간 20개 시공사중 10위권내 4곳…대다수 중소형사
지난해 민참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컨소시엄 주관사 기준)는 대우건설, DL디앤씨, 금호건설, 코오롱글로벌, 계룡건설산업, 제일건설, 극동건설, 대보건설, 남광토건, 동부건설, 현대건설, 우미건설, 한양 등 13개 건설사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컨소시엄을 주관한 건설사 기준, 현대건설, BS한양, 남광토건, 계룡건설, 한신공영, 금호건설, HJ중공업, 동부건설, 우미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디엘건설, GS건설, 고덕종합건설 등 14곳이다.
중복을 제외하면 2년간 총 19개 건설사가 민참사업의 주관사를 맡았다. 이 중 10위권 내 건설사는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등 4곳에 불과하다.
그 외 11위~30위권 내 중견 건설사는 9곳, 30위권 밖에 건설사는 6곳 정도다. 대부분이 11~30위권 건설사들이 민참사업에 적극적이다.
다만 LH의 민참 사업은 단독 사업이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중소 지역 건설사의 참여 기회도 있다.
일례로 2024년~2025년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로는 신동아건설, HJ중공업, 남광토건, 흥한건설, 대저건설, 서한, 대경건설, 이수건설 등 시공능력 100위 내 건설사는 물론 파레나건설, 신흥건설, 플러스건설, 씨앤씨건설 등 100위권 밖에 건설사들도 포함됐다.
통상 민참사업의 컨소시엄은 주관사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큰 중·대형사의 브랜드를 달면 분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LH 민참 아파트에도 국민임대주택이나 행복주택 등 공공성이 강한 곳은 자체 브랜드를 사용해왔다.
업계에서는 대형사 브랜드가 적용될 경우 공공주택의 상품성·인지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GS건설의 '자이',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등 메이저 브랜드를 공공분양 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형사들은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를 둘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대형사들은 민간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참사업을 기피해왔다. 특히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형사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갈 경우 브랜드를 전면에 노출할 기회가 적고, 브랜드 가치 희석 등의 이유로 민참사업을 꺼렸다.
올해 민참사업 공모에 주관사로 선정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주관사를 맡다 보니 자체 브랜드를 사용할 예정이며, 다만, 참여사의 브랜드를 추가할지는 협의를 해야한다"라며 "LH 입장에서는 분양이 잘 돼야 하니 대형사의 브랜드를 달긴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공사는 수익률은 낮지만, PF 조달을 하지 않아도 되니 리스크가 적다"라며 "다만 LH에서 하다 보니 품질이 좀 떨어지는 부문이 있어 그동안 민참사업은 대형사보다 중견사들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택지분양 줄어 민참사업 인기↑…소형사에도 기회를
지방의 소형 건설사 중에서는 컨소시엄의 주관사를 맡을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주 LH의 민참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한 지방 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택지 매각이 막히다 보니 더 많은 건설사가 민참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중소형 신규 참여 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패키지로 공모를 진행하다 보니 대형 공사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자체 주관을 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참사업 자체가 건설사들의 관리능력이 상당히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건설사들이 주관사를 맡도록 해왔다"라며 "다만 앞으로 공급량이 늘어날 예정이며, 중대형사가 아니라 중소형사들도 주관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부담을 갖는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필지 구성에 있어서도 다양한 패키지를 구성해 신규업체나 중견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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